국립합창단이 단원과 직원 간 형평성에 어긋나는 급여체계를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단원들의 급여 불안정성이 예술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국립합창단은 예술 감독, 직원 5명, 단원 44명으로 구성됐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이 국립합창단 등에게 제출받은 2018년 급여지급현황을 분석한 결과, 직원들은 각종 수당 및 성과급이 기본급의 2.3배가 넘게 지급된 것으로 나왔다. 일례로 직원 2급의 경우 기본급이 3000만원이나, 각종 수당·성과급을 합치면 연 9800만원으로 불어난다. 4급 직원 역시 기본급이 2300만원인데 비해, 총 급여는 7900만원까지 지급됐다. 반면, 단원 중 최고등급인 1등급도 6500만 원 정도로 직원 중 최저직급인 4급보다 못한 실정이다.
또한 직원들은 시간외수당 및 휴일근무수당으로 1000여만 원이 넘는 금액이 지급된 것으로 나왔으나 단원들은 등급에 상관없이 공연 1회당 공연수당 10만원이 지급된다. 금토일 공연 시 총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그러나 직원의 경우 시간외수당 및 휴일근무수당으로도 단원에 비해 3배가 넘는 금액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직원 2급은 지난해에만 1575만5480원, 4급(24호봉)은 1381만6490원, 4급(27호봉)은 1165만7250원을 수령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원들의 급여 불안정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단원의 연봉은 1년에 1회 실시하는 평정에 따라 1등급~10등급으로 결정되고 있다. 평정에 따라 극심한 등급의 등락을 겪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평정에 따라 2등급에서 8등급으로 연봉이 4960만8000원에서 3458만6000천원으로 약 1500만원이 가까이 급락한 사례도 존재했다.
조직 내 ‘갑질’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김 의원은 밝혔다. 평정체계에서 예술 감독이 총 80점을 좌지우지 하고 있어 결국 단원들이 단장에게 잘 보이려고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며, 실제로 전 예술 감독이 개인성 가녹음에도 단원을 투입해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등 심리적 압박감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런 일로 단원 44명 중 13명이 중증질환(신장암, 갑상선암, 다발성경화증, 급성심근경색 등)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명색이 국가대표 국립합창단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처우는 기본적인 인권도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국립발레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같은 국립예술단이나 국내시립합창단보다 못한 실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의원은 이어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평가체계가 아닌, 공정한 평가체계를 마련해 국립합창단 단원들에게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며 “국립합창단이 단원들이 마음 편히 음악에 전념하며 기량을 키울 수 있는 조직과 체계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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