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놓고 두 동강 났던 광장이 그의 사퇴 이후에도 여전히 각각 ‘검찰개혁’과 ‘문재인정부 규탄’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양분됐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뒤 첫 주말이었던 1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이처럼 상반된 성격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각 집회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이 눈길을 끌었다.
◆여의도·서초동선 “檢개혁, 공수처 설치”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맞은 편에서는 조 전 장관 수호와 검찰개혁 등을 요구하는 9차례 ‘서초동 촛불집회’를 열었던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검찰개혁 시민연대)가 10번째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검찰개혁 시민연대 측은 집회 장소를 옮긴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과 관련해 지난 4월 상정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상임위 심사 기간이 도래됨에 따라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전달하고자 다시 문화제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검찰개혁 시민연대는 지난 12일 9차 집회를 마지막으로 집회를 당분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의 국회 상임위 심사기한이 오는 28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심사를 촉구하기 위해 다시 집회를 연 것으로 풀이된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란 풍선과 ‘설치하라 공수처’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검찰 개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서는 조 전 장관의 ‘국민 퇴임식’도 열렸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조 전 장관을 향해 “당신은 국민의 영원한 법무부 장관”이라는 내용의 헌사를 한 뒤 국민 감사패를 증정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서초동에서도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다시 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회원들로 구성된 ‘북유게사람들’은 이날 오후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시민참여 문화제를 열었다. 이 문화제에서는 참가자들이 손피켓과 LED촛불 등을 들고 “공수처를 설치하라”, “윤석열을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해당 문화제 참가자들은 서초역부터 교대역까지 서초대로 600m 가량 구간을 빼곡히 메웠다고 한다. 이들은 오는 26일에도 같은 자리에서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광화문·서울역선 “文 정권 폭정 막아야”
자유한국당은 이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민의 명령, 국정 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정부에 조 전 장관 사태의 책임을 물었다. 한국당은 이 뿐 아니라 경제·안보 분야 등 정부 정책의 대전환을 이끌어내자는 차원에서 대회를 열었다고 덧붙였다. 세종문화회관 앞부터 광화문역 7번 출구 인근까지 운집한 대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파탄안보 즉각시정’, ‘폭망경제 살려내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든 태 정부를 규탄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기 위해 계속, 더 가열차게 싸워서 반드시 끝장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대회 참가자들은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가두행진도 했다. 이날 우리공화당도 서울역 광장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고 “분노한 국민에게 타협은 없다”면서 조 전 장관과 문재인정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공수처법을 ‘좌파독재법’이라고 비판했다. 집회 후엔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행진했다.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문재인 퇴진 국민행동’도 광화문 원표공원에서 국민대회를 열고 “운동권의 낡은 위선적 사고와 행동이 아니라 보편적 이성과 양심, 공정과 상식을 수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국회 앞에서도 ‘맞불 집회’ 격인 ‘애국함성문화제’가 열렸다. 자유연대 등 보수를 표방하는 단체들이 개최한 이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문재인 탄핵”, “조국 구속”, “정경심(조 전 장관의 부인) 구속” 등을 외쳤다. 이들은 집회 도중 한 건물 벽면에 레이저를 쏴 ‘조국 구속’, ‘공수처 반대’ 등의 글자를 만들어냈다.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참가자들과 애국함성문화제 참가자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 일대와 여의도, 서초동 등에 129개 중대, 경력 8000여명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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