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설리의 사망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제2, 제3의 설리가 나오지 않게 정부와 민간단체, 포털 사이트가 힘을 합쳐 인터넷 이용자들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민병철(사진)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은 악플 추방을 위해 선플(선한 댓글)을 통한 인식 개선을 역설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2년여 만에 다시 만난 그는 “그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8월 ‘선플SNS인권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변호사 100명이 악플 피해자들에게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주고 있어요. 지난해 ‘선플 인터넷 평화상’을 만들었습니다. ‘헤이트 스피치를 용서하지 않는 가와사키 시민네트워크’ 세키타 히로오 회장이 실천 부문, 사이버 윤리 전도사 오기소 겐이 교육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어요. 또 지난해 에드 로이스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선플운동 동참에 서명했고, 최근에는 필리핀 하원의원 12명이 서명했습니다. 외국에서는 선플운동을 ‘선플 인터넷 평화운동’이라 표현합니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수출한 것이죠.”
민 이사장은 악플의 원인이 낮은 자존감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연구 결과를 들며 “선플운동을 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가 연구자로 참여한 ‘인터넷 선플을 다는 청소년의 자아 존중감 및 공격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의 고등학생 169명을 조사한 결과 선플을 다는 청소년들은 악플을 다는 청소년들에 비해 자아 존중감이 높고 공격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직장과 학교에서 적어도 1년에 한 번, 1시간씩이라도 선플 의무교육을 해야 합니다. 성희롱이나 괴롭힘 예방 교육이 의무교육인 것처럼 말이죠. 교육부와 공기업, 사기업 등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포털 사이트 업체들은 악플을 달려고 버튼을 누르면 경고창이 뜨게 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해야 합니다. AI가 악플과 비판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해요.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그는 악플러들에 대한 양형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독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악플에 대한 접근을 24시간 안에 막지 않으면 해당 SNS 사업자에게 최대 5000만유로(약 657억원)의 벌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법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다만 법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현행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최고 징역 7년형입니다. 실제 판결에선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대부분이라니, 재범이거나 수법이 집요하면 양형을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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