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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문학은”… 한·중·일 청년작가들 자신에게 묻고 답하다

입력 : 2019-10-31 23:00:00 수정 : 2019-10-31 22: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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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청년작가회의’ 인천서 열려 / 中공장 여성 노동자 시인 정샤오충 / 18세에 첫 시집 펴낸 후즈키 유미 / 김민정·김세희·박상영 등 참여 / “글을 쓴다는 것은 가교를 만드는것 / 문학은 열등한 영혼 차별없이 감싸”
“나는 그냥 A245였다. 그렇지 않으면 담당 제조공정이나, 포장담당이라 불렸다. …생기발랄하던 육체가 공업의 규제로 숫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 육체와 생명, 영혼이 의식하는 바를 느낄 수 있었다. 몸은 아득한 상태에 있었지만, ‘인간’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의식이 마음속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는 자신의 내면을 시로 표현하기로 결심하였다.”
정샤오충(왼쪽), 루네이

1980년생 중국 여성 시인 정샤오충(鄭小琼)은 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일터에서 시의 소재를 발굴한다. 그녀는 완구공장 설치공, 전자공장 검품인원, 카세트테이프공장 설치공과 사출성형공, 금속공장 절단공, 피혁공장 검사담당, 가구공장 회계담당, 플라스틱공장 물자관리공 등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왔다. 그녀의 대표시집 ‘여성 노동자의 기록’은 “중국 시가사에서 처음으로 여성, 노동과 자본을 다룬 교향시”라는 평을 받았고 해외에서 번역 소개되기도 했다.

정샤오충은 “작업라인에서 녹화테이프 부품을 조립하던 십여 년 전, 내 마음은 한국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하고, 공장에는 한국으로 판매될 물건들이 있었다”면서 “그 시절 나는 ‘내 마비된 손가락으로/ 작은 스프링 조립하고서, 상상해본다/ 이 스프링 남한의 어느 공테이프에 들어가겠지/ 안재욱의 그림자가 녹화될까 아니면 장동건의 웃음 띤 얼굴이 녹화되려나’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고 자신의 문학을 소개했다. 그녀는 “시는 폐쇄적인 공장 작업라인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창을 열고, 생존과 삶의 실제를 추적할 용기를 갖게 해주었다”면서 “시로 세계와 대화하고 현실을 파고들어간 것”이라고 방한을 앞두고 미리 제출한 에세이에서 밝혔다.

이즈음은 한국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도 청년들이 전위에서 흐름을 이끌어가던 세태와는 달리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중평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문학과 세상은 어떠한지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는 5∼7일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주최하는 ‘2019 한중일 청년작가회의, 인천’은 ‘나에게 문학을 묻는다’는 주제로 문학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는 자리다.

중국에서는 대부분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들이 참여한다. 단편소설집 ‘우울한 시골 청년의 18가지 죽는 방법에 대해’ ‘친구야, 우린 곧 부자가 될 거야’ 등을 펴내며 중국 청년문학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웨이쓰샤오(魏思孝·33)는 “글을 쓰는 것은 가교(假橋)를 만드는 것이자 육신(肉身)으로 길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문학은 모든 열등하고 민감한 영혼들을 차별 없이 감싸 안는다“고 ‘나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한다. 이들 외에도 소설가 루네이, 김경화, 리우팅과 문학평론가 순수원, 구광메이가 중국 측 참여 작가들이다.

야노 도시히로(왼쪽), 후즈미 유키

18세에 첫 시집을 펴낸 일본의 젊은 시인 후즈키 유미(28)는 “문학은 직접적인 해결책이나 해답을 주지 않는데 바로 그 때문에 문학만이 할 수 있는 ‘현실’과 싸우는 방법, 마주하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을 국경과 언어를 넘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면 매우 반가울 것 같다”고 미리 보낸 에세이에 썼다. 문학평론가 야노 도시히로(36)는 일본에서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한 한국문학이 인기를 끄는 배경에 대해 “일본에서는 ‘문학’이 사회나 정치를 충분히 그려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려내고자 해도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거부된다”며 “이 같은 현대 일본 ‘문학’의 간극을 찌르는 형태로 한국문학이 일본에서 융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외에도 일본에서는 소설가 나카가미 노리, 사키하마 신, 와타야 리사 등이 참여한다.

김민정(왼쪽), 박상영

한국에서는 인천 출신 시인 김민정을 비롯해 소설가 김세희 박상영 윤고은 전성태가 양국의 문인들을 맞는다. 박상영은 “그다지 살아갈 이유가 없는 내 삶을 그나마 삶처럼 만들어 주는 단 하나의 희망, 그것이 내게는 문학의 정의”라고 말하고, 김세희는 “하루하루 행복을 느끼고,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한 사람분의 역할을 감당하며 좀더 나은 인간이 되어간다는 감각이 없다면, 이미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피력한다.

최원식(문학평론가) 기획위원장은 “모든 면에서 전위였던 청년들이 한중일 세 나라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후위로 옆으로 젖힌 상황에서 청년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서 “세 나라 젊은 작가들이 실존적으로 느끼는 문학이란 무엇인지, 수도권이면서도 지방인 인천에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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