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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 ‘도덕경’ 8장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언제나 낮은 곳에 임해 다투지 않고 만물을 감싸는 물은 겸양과 포용의 상징이다.

물만 낮은 곳으로 향할까. 언어도 똑같다. 시대를 주도하는 집단의 언어는 표준이 되어 사방으로 번져 간다.

신라 경덕왕 16년, 757년. 9주의 이름을 중국식으로 바꿨다. 사벌주(沙伐州)는 상주(尙州), 웅천주(熊川州)는 웅주(熊州)로. 사벌과 웅천은 이두식 표기다. 한자로 사벌이라 쓰고 ‘모래벌’로 읽고, 웅천이라 쓰고 ‘곰내’로 읽었다고 한다. 그런 유습은 지금 일본에 남아 있다. 2년 뒤 관직명도 중국식으로 바꿨다.

왜 바꾼 걸까. 당시 당나라는 중국 역사에서 극성기를 이룬 시대다. 한나라와 함께 한당(漢唐) 시대로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당의 언어·문자는 당시의 표준이다. 영어가 세계로 퍼져 나간 것과 닮았다. 신라의 한화정책은 잘못된 것일까. 천만에. 그것은 선진을 향한 몸부림이다.

지금은 우리말이 외국으로 흘러간다. ‘한국어 열풍’이 곳곳에 일고 있다. 베트남이 특히 그렇다. 한국어학과를 둔 베트남 대학은 29곳, 학생 수는 1만6000명에 이른다. 세종학당에도 수강생이 넘친다. 동남아, 중남미, 중동의 젊은이도 한국어를 배운다.

이런 열풍은 무엇에서 비롯된 걸까. 한류가 첫손에 꼽힌다. 세계인의 감성을 쥐락펴락하는 방탄소년단(BTS). 일등공신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해외로 떠난 한국 기업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투자기업 중 한국 기업은 단연 큰손이다. 공식 집계된 베트남 직접투자만 8090건. 삼성과 LG는 그곳에 제2 생산기지까지 구축했다. 한국어를 알면 일자리와 높은 임금이 보장된다. 너도나도 한국어를 배운다.

문득 든 의문. 열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한때 한국어 열풍이 일었지만 지금은 온데간데없다. ‘저성장 낙인’이 찍힌 한국 경제. 기업의 해외탈출이 한국어 열풍으로 이어진 걸까.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멈추면 어찌 될까. 그 열풍도 찬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신세로 변하지 않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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