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데이터로도 입증됐다. 지난해 성인 1인당 커피소비량은 연간 353잔으로 하루 한잔 꼴에 해당한다. 이는 세계 평균의 2.7배에 달하는 수치다. 커피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커피전문점 매출액 규모로만 보면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커피전문점은 7만1000곳인데, 지난해 한 해에만 1만4000여곳이 문을 열었다. 다만 10곳 중 1곳은 적자로 운영되고 있고, 단기간 폐업도 느는 추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러한 같은 내용을 담은 ‘커피 전문점 현황과 시장 여건’ 분석 보고서를 6일 발표했다. 치킨집, 노래방에 이어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 시리즈 세 번째다. 통계청, 정부기관, 민간조사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와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상권분석서비스를 활용하여 커피전문점에 대한 다양한 분석 결과를 담았다.
◇성인 1인당 커피 연 353잔 소비…매출액 규모는 세계 3위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는 커피가 39.6%(인스턴트 및 원두 등 커피 26.9%, 커피전문점 등 커피 12.7%)로 과일주스(10.4%)나 흰 우유(9.6%)를 넉넉한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처럼 커피 소비가 대중화되면서 한국의 성인 기준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지난해 353잔으로 세계 평균 132잔의 2.7배 수준이다.
커피 소비가 늘면서 커피 수입도 매년 크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원두를 포함한 볶은 커피 수입량은 지난 2012년 5400톤에서 지난해 1만3300톤으로 늘었다. 2012년 이후 매년 전년 대비 13% 이상 증가하고 있다.
가구당 소비지출에서 커피 관련 지출은 지난 2014년 월 7597원에서 지난해 1만5815원으로 5년 사이 108.2%로 약 2배가량 늘었다. 특히 1인 가구의 커피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커피 관련 소비지출액은 2014년 월 4473원에서 지난해 1만3012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가구원수별로는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우리나라 커피전문점 매출액은 지난 2007년 3억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43억달로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매출액 규모로만 보면 미국(261억달러), 중국(51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일본은 40억 달러로 4위였다.
◇ 지난해 창업한 곳만 1만4000여곳, 10곳 중 1곳은 적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전국에 영업 중인 커피 전문점은 약 7만1000개에 이른다. 커피 전문점 수는 2011∼2016년 해마다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2017년 증가세가 조금 둔화했지만 여전히 8%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지난 2008년만 해도 3000개를 넘지 않았던 커피전문점 창업은 10년이 흐른 지난해 1만4000개로 다섯배 가까이 증가했다.
커피매장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창업이 폐업보다 많기 때문이다. 다만 폐업 매장 수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09년에는 2만7000곳이 새로 문을 연 반면 4000곳이 문을 닫았다. 2018년에는 1만4000곳이 창업하고 9000곳이 폐업했다. 그만큼 커피전문점 간의 경쟁이 격화됐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기준 폐업 매장의 52.6%는 3년을 버티지 못했다. 3년을 버티지 못한 폐업 매장 수는 2013년 1924개에서 2018년 4574개로 약 2.4배로 증가했다.
창업이 폐업보다 많은 현상이 2009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창업률(당해 창업/전년 총매장수)은 떨어지고 폐업률(당해 폐업매장수/총매장수)은 오르는 추세다. 창업률은 2014년 26.9%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22.0%로 내려왔다. 2017년 전체 커피 전문점 수의 22%에 달하는 매장이 지난 한 해 새로 문을 열었다는 뜻이다.
단기 폐업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도로 62.8%를 기록했다. 이어 △세종 59.3% △광주 58.6% △인천 57.9%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55.6%)과 경기(54.0%)는 각각 6위, 8위에 위치했다.
전체 매장의 열곳 중 한 곳이 좀 넘는 11.0%는 적자 상태였다. 음식점(4.8%)보다 높은 비율이다. 적자 운영 중인 곳을 빼면 흑자 매장의 영업이익률은 19.3%로 음식점(17.5%)보다 높다. 고용원 없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매장의 비중은 음식점(12.5%)보다 높은 22.6%였다. 영업시간은 음식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었다. '12시간 이상'인 곳의 비중은 40.6%로, 음식점(23.2%)보다 많았다. '10∼12시간'은 33.7%, '10시간 미만'은 25.7%로 조사됐다.
◇ 프랜차이즈 매장 1만5000개…외식업 중 세 번째로 많아
지난해 기준으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총 1만5000개로 집계됐다. 한식(1만8000개), 치킨(1만7000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직영점만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은 제외한 수치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 신규 개점은 2015년 3227개를 기록한 이후 매년 2700∼3000개 사이에 머물고 있다. 반면 폐점은 같은 기간 1082개에서 1705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브랜드별로는 이디야가 2399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투썸플레이스(1001개), 요거프레소(705개), 커피에 반하다(589개), 빽다방(571개) 순이었다.
꾸준히 늘던 브랜드 수는 작년 들어 감소로 전환했다. 2017년 343개까지 늘었던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지난해 334개로 줄었다. 브랜드 수가 꾸준히 증가한 치킨프랜차이즈와 비교된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2015년 1억7400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 2018년 1억5800만원으로 조사됐다.
◇ "성장세 이어지겠지만 경쟁 심화…창업 시 주의"
커피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5조9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23년에는 8조6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커피 관련 지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이어서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매장 수가 빠르게 늘면서 경쟁이 심화하는 것은 부담 요인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커피 전문점은 브랜드보다 맛과 접근성, 가격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 소형·비 프랜차이즈 매장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업종"이라면서도 "매장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고, 같은 상권이라도 매장별로 매출에 차이가 커 창업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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