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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서 들며 ‘수능감독 의자’ 설치 난색에 교사들 '부글부글'

입력 : 2019-11-06 23:00:00 수정 : 2019-11-06 22: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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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이 감독하는 고충 커”

“수능 당일 오전 7시30분까지 현장에 도착하는 감독관(교사)은 상황에 따라 1·2교시를 연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1·2·4교시나 1·3·4교시 등 감독관 한 명당 최소 3개 교시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제2외국어를 치르는 학교라면 하나 더 들어갈 수도 있고.”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은 6일 통화에서 “밥 먹는 시간 빼면 사실상 수능 감독관이 쉴 시간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감독관은) 각 교시가 끝나고 문제지와 답안지를 걷어 수능본부에서 확인한 뒤, 다시 고사장으로 들어간다”며 “만에 하나 자기가 맡은 고사장에서 문제라도 생기면 중간에 해결하느라 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 정책위원은 “교육부는 제1·2 수능 감독관 모두에게 의자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의자를) 하나만 놓고서 서로 번갈아 앉아도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5일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전국 단위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 ‘국민 정서’라며 수능감독관 의자 거절…교원단체 “현장 무지 드러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교육부가 ‘국민 정서’를 이유로 수능감독교사의 의자를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교원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교육부가 근거도 불분명한 국민 정서를 대는 등 ‘현장에 대한 무지’를 전적으로 드러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실천교사모임은 이날 “의자 배치 등 수능감독 처우 개선에 교육부가 거부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며 “육체부담을 줄여 정교하고 지속가능한 감독 수행에 대한 핵심 사안이 좌절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험 1교시당 2~3시간을 거의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하고, 물품 수거 등으로 다리를 쉴 시간이 없어 사실상 5~7시간을 연속 근무한다”고 주장했다.

 

실천교사모임은 지난달 15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등과 함께 △수능감독교사를 위한 키 높이 의자 현장 비치 △교원 1인당 2개 교과 이내 감독 등의 내용이 담긴 ‘수능시험 감독교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건의서’를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 이에 교육부는 “수능 감독관 의자 배치는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국민의 정서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올해 시행은 어렵다는 취지의 공문을 교사노동조합연맹에 최근 보냈다. 교육부는 답변에서 “수능감독 업무 중 발생하는 각종 소송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관련 단체보험에 가입할 예정”이라며 “각 교육청 여건에 따라 일반 공무원도 감독을 맡도록 하는 한편 감독관 수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일부 댓글로 여론호도…감독관 ‘모양새’ 따진다”

 

실천교사모임은 마트 계산원 등 서 있는 직종에 대한 의자 배치가 ‘국민정서’ 실체에 가깝다고 지적한 뒤, “교육부는 수능감독 모집과 운용의 개선방안은 구하지 않고, 일부 극단적인 댓글을 여론으로 호도해 감독의 ‘모양새’만 따진다”고 비판했다. 특히 과거 학력고사 등을 주관했던 전례를 들어 대학들의 수능운영의 부담 줄일 방안 모색도 촉구했다. 신입생 입학으로 수혜는 대학이 받고 부담은 중·고교 몫인 불공정한 ‘무임승차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며, 교사의 헌신과 사명감에만 기대기에는 수능 부담이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신 정책위원은 “수많은 교사들이 원하는 내용을 교육부는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어 문제”라며 “의자를 놓는다고 해서 수능 감독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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