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의 자산을 사회에 기부해 화제를 모았던 1960~70년대 영화계 간판 배우 원로배우 신영균(91·사진)이 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예계 최고의 자산가로 알려진 그는 재산 환원 이유에 대해 "영화계 지원과 후배 육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12일 신영균은 "91년 영화 같은 삶 후회는 없다, 남은 것 다 베풀고 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크진 않지만 내 노후생활을 위해 (재산을) 조금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서 "그걸 베풀고 싶다. 자식들은 다 먹을 게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건강관리에 대해서 "한창 촬영할 때는 피곤하니까 초콜릿·사탕을 많이 먹었다"면서 "40대 중반쯤 되니 당뇨가 왔다"고 했다. 이어"그래서 단 음식은 주의하고 하루 5000보 이상 걸으려고 노력한다"라며 "매일 오후 헬스장에 가서 한 시간 이상 가벼운 근육운동과 러닝머신을 한다"고 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금주, 금연하며 여색을 멀리한 그는"나중에 내 관 속에 성경책 하나만 함께 묻어달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고린도전서 15장10절'이라고 밝힌 그는 해당 구절을 '내가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람들보다 더 많이 수고를 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오 오직 하나님과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다'라는 구절을 소리내 읽은 후 "이 말씀 덕분에 오늘날 신영균이 있다는 것"이라고 자부했다.
55년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서울 종로에서 치과를 운영한 것에 대해서 그는 "근이 생활은 됐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배우 김혜자씨도 고등학생 때 환자로 온 적이 있다고 했다"면서 "허장강·최무룡 등 연극하며 인연을 맺은 배우들도 자주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를 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어느날 조긍하 감독하고 영화평론가 허백년씨가 찾아 왔는데, 치과의사를 하면서도 연기에 굶주려 국립극단에 입단해 활동하던 때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여인천하'에서 조광조 역을 맡아 하는 걸 보고 영화 '과부'에서 머슴 성칠이 역을 시키면 딱 맞겠다 생각한 모양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머슴 역이다 보니 머리를 빡빡 깎으라고 하더라"면서 "나중에 환자 볼 일이 좀 걱정이긴 했는데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이어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대진 의사를 고용해 1년 정도 치과 일을 병행했는데, 저한테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늘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치과를 그만두게 됐다"고 했다.
한편, 1928년 황해도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신영균은 서울대 출신 치과의사, 사업가, 배우로 다양하게 활동했다. 1960년 조긍하 감독의 영화 '과부'를 통해 데뷔한 후, 영화 '연산군' '5인의 해병', '대원군' 등 29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후 1978년 영화 ‘화조’를 끝으로 충무로에서 은퇴했다.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3회 수상했다.
사업에도 수완이 있어 1963년 서울 금호동에 금호극장을 인수해 새로 개관했다. 1985년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명보소극장을 차렸다. 명보소극장 옆 명보제과를 인수해 부인 김선희여사와 함께 뉴욕제과, 태극당, 풍년제과 등 당대 4대 제과업체로 키워냈다. 1973년 빌딩관리업체 한주흥산 주식회사를 설립해 부동산 입대산업에 뛰어들었다. 1992년 맥도날드사와 합작회사 '맥신산업'을 설립했다.
2010년 10월 명보극장(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원 규모의 사유재산을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사회에 기부했다.그가 기부한 재산을 토대로 신영예술문화재단이 설립됐다. 또한 단편 영화제, 젊은 영화인 육성 지원, 장학사업 등 예술문화 분야와 예술인재 양성사업에 기여하고 있다. 모교인 서울대에도 시가 100억원 상당의 대지를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현역 당시 한국영화인협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등 각종 단체 대표를 맡았던 그는 은퇴 이후 정계에도 진출했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1996년 15대 16대 신한국당, 한나라당 소속 비례대표로 당선되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4년 정계 은퇴 및 불출마를 공식선언하며 문화예술계 사업에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1987년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2010년 제3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공로영화인상, 2011년 대한민국 대중문화 예술상 은관문화훈장상 등을 수상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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