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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기능성 곡물 늘려 韓농업 한계 극복” [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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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13 03:00:00 수정 : 2019-12-12 19: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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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식량과학원장 / 위기 속 기회… 쌀가공품 수출 늘려 ‘활로’ / 신품종 밀, 수입 점령한 시장 탈환 기대 / 온난화·통일 대비 맞춤 재배기술 연구도

“황금밀 어때요? 제가 또 이런 쪽엔 감각이 있잖아요.”

최근 전북 전주 국립식량과학원에서 만난 김두호(57) 원장은 다소 들떠 보였다. 식량원이 고사 상태인 국산 밀을 살리기 위해 개발한 강력분 품종 ‘전주398호’의 이름을 묻는 것이었다. 식량원은 국민 공모와 시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조만간 전주398호의 이름을 확정할 예정이다.

응용곤충학 박사인 김 원장은 간암과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익힌 숙잠’(실을 뽑기 직전 쪄서 건조한 누에)을 홍잠(弘蠶)으로 지은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목인 홍삼처럼 홍잠도 사람들이 점차 그 진가를 알아본다”며 “전주398호가 경작지만 10만㏊에 달했던 국산 밀 위상을 되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식량 과학으로 이룬 농업, 다음 천 년을 풍요롭게’라는 글귀 밑으로 쌀과 보리, 밀 등으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진열대 중앙에 자리한 흑누리와 강호청 옆으로 요즘 히트상품인 블랙 보리와 새싹보리가 놓여 있다. 무심코 마신 커피 역시 흑누리와 디카페인 원두를 섞어 내린 ‘보리커피’라고 했다.

김 원장에게 국내 소비 곡물의 4분의 3이 외국산인 까닭을 물었다. 그는 식문화의 변화, 맞벌이·1인가구의 증가, 축산업계의 성장을 꼽았다. 그는 “우리의 농지규모는 외국처럼 규모화돼 있지 않아 가격경쟁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며 “고품질과 기능성 강화로 차별화 전략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화와 고정·변동 직불제 등으로 국내에서 재배면적이 가장 넓지만 최근 공급 과잉인 쌀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위기 속에 기회가 찾아온다”며 “밥쌀용 소비는 줄 수 있겠지만 쌀의 효능에 주목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고 무균즉석밥과 쌀빵, 쌀국수 등 가공품 시장도 성장세”라고 전했다.

식량원은 기후변화 대응과 통일 대비 북방 식량 생산기술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가 본격화함에 따라 주요 작물의 피해 양상, 저감 기술, 수량 예측 기술 등 대응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북한과 기후가 유사한 접경지역에서 벼와 콩, 옥수수, 맥류 2∼3개 품종을 설정해 재배기술 및 방제, 증산 연구를 벌이고 있다.

김 원장은 식량 과학기술의 개발과 보급 중요성에 대해 ‘국민이 번성하려면 식량이 풍부해야 한다’(地上昌民由豊糧)는 옛 문구로 설명했다. 그는 “식량 자급률이 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바닥수준”이라며 “식량 안보와 경제발전, 공익적 기능을 감안해 농업, 특히 식량 분야는 국가가 허용하는 최대치에서 가격지지 등 적극적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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