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을 맡은 심봉섭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올해 수능에 대해 “당연히 지난해 국어영역 31번 문항 같은 초고난도 문항은 없다”고 14일 말했다. 그러나 국어영역에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다룬 경제지문과 지문에 딸린 40번 문제(이하 홀수형 기준)의 난도를 지난해 31번과 비교하며 교육계 안팎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지문은 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맺은 바젤협약 I·II·III에 따라 BIS 비율 산출 조건이 바뀌는 양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40번 문항은 BIS 비율 값 산출에 필요한 숫자를 제시해 수험생들이 대략적인 협약별 비율 값을 계산해야 풀어낼 수 있는 문제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원준 메가스터디 국어영역 강사는 “수험생이 느끼기엔 지난해 31번, 올해 40번의 난도가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제된 지문 중 가장 길이가 길어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됐고, 계산 과정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강사는 “복잡한 계산식이 필요한 것 같지만 사실상 간단한 산식으로도 답을 구할 수 있도록 해놨다. 평가원이 나름 배려한 것”이라면서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런 ‘지름길’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지난해와 비슷한 초고난도 문항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0번 문제를 마주한 현직 은행 과장 A씨는 “주변 직원들과 함께 ‘맙소사’를 외쳤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자본, 위험가중자산, 신용위험 등 단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였다”며 “학생들이 정답을 맞혔다 해도, 글 내용은 이해하지 못한 채 수식에 숫자만 대입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참 뒤에야 “정답 ⑤번”을 외쳤다.
반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은 “초고난도 문제까진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교사단 소속 김용진 동국대 사범대 부속여고 교사는 “지문이 긴 만큼 관련 내용이 모두 설명돼 있어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에서 경제를 배우지 않은 학생도 문제를 푸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입시업체들은 올해 국어 40번이 지난해 국어 31번보다는 정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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