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이 경쟁적으로 아세안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아세안 직접투자액은 61억3600만달러(7조1760억원)로 지난해 52억5800만달러보다 16.7% 증가했다. 한국의 대아세안 직접투자액은 2010년 44억4800만달러(5조2019억원) 이후 연평균 4.2%씩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성장하는 아세안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아세안 내 국내기업 신설 법인 수는 1291개로 2010년 629개보다 2배가량 많아졌다.
통상환경의 불확실성과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아세안이 더욱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아세안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내놓은 ‘아세안 투자 결정요인 분석과 비즈니스 환경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대아세안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2000년 218억에서 2018년 1486억달러로 증가했다. 세계 총 FDI 유입액 대비 비중도 1.6%에서 11.5%로 10배 이상 확대됐다.
중국과 일본의 관심도 크다. 중국은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투자가 크게 늘었다. 일본도 아세안 지역에 비제조업 부문 직접투자를 확대하면서 전체 직접투자액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5∼2018년 한·중·일이 세계의 대아세안 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6%로 2010∼2012년 평균 19.7%보다 4.9 %포인트 확대됐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6.0%에서 8.0%, 일본이 11.4%에서 12.4%, 한국이 2.4%에서 4.3%로 늘었다.
한국의 대아세안 진출(수출) 기업은 아세안 시장의 매력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꾸준한 수요’(22.2%), ‘현지 노동력 활용 용이성’(22.2%), ‘내수시장 성장성’(19.6%)을 꼽았다. 반면 ‘경쟁 심화’(31.7%), ‘행정절차의 복잡성’(22.2%) 등은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봤다.
아세안에 대해 늘어나는 투자와 관심에 비해 올해 아세안으로의 수출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 수출이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대아세안 수출 역시 1∼9월 누계 2.1% 감소했다. 2016년 -0.4%에서 2017년 27.8%, 2018년 5.1%로 2년 연속 증가율을 기록하다가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1∼9월 한국 전체 수출이 9.8%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세안이 한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한 한·아세안 경제협력 강화 방안’ 보고서를 보면 한국 수출에서 대아세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1.6%에서 2018년 16.5%로 4.9%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는 19억6000만달러에서 404억8000만달러(약 47조3000억원)로 크게 늘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아세안은 무역 다변화 차원에서도 중요한 시장이다. 다만 2000년 이후 한국의 전체 수입 중 아세안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11% 전후에서 정체돼 있어 추후 불공정 무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수입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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