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온통 환경 재난에 신음하고 있다.
먼저 이달 초 호주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인구가 많은 사우스웨일스 6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인명 피해를 일으킨 것을 비롯해 방대한 산림, 서식하는 동물, 가옥 150채 이상 태웠다.
지난 7월 말부터 한 달간은 중남미 대륙이 온통 화마에 휩싸였다. 당시 아마존 화재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온통 검은 연기로 가득했고, 우리가 상상하는 푸른 모습이 아니었다. 인도(330만㎡)의 2배가 넘는 700만㎡ 면적의 광활한 지역 상당수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 지역에만 10만종이 넘는 무척추 동물과 40만종이 넘는 식물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식물과 동물 종의 10%가 서식한다.
콩 경작지를 조성하기 위해 기업이 화전(火田)을 만든 게 그 원인이 됐다. 거대한 숲이 콩 경작지로 개척된 가장 큰 이유는 웰빙(참살이) 열풍 탓에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식물성 단백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들은 환경파괴 현장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대체 불가 지역인 아마존이 다국적 기업의 콩 생산기지로 초토화된 셈이다.
환경 이슈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지대한 관심사 중 하나다. 호주와 아마존 국가 지도자들이 대책을 발표하기 전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국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같은 세계적인 셀럽을 포함한 일반 이용자들이 관련 사진을 연달아 공유하면서 관심과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열풍이 분 플라스틱 저감 캠페인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정부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닌, 일반 시민과 비영리 단체들이 관련 이슈를 주도한 덕분에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포장지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고, 법률 개정과 비용 발생 등의 이유로 뒷짐만 지던 정부와 기업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포장재와 석유화학 산업, 패스트 패션, 완구, 자동차 기업 등에서 그동안 해마다 생산하고 사용한 플라스틱의 양은 3억3000만t이나 된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생산량을 다 모으면 83억t에 이르는데, 이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을 3.2㎞ 깊이로 묻어버릴 수 있는 양이다.
이에 반해 이 같은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9%에 그치고 있으며, 79%는 방치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2050년까지 폐기되는 플라스틱 규모가 약 120억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 중 약 1200만t이 바다로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분해되지 않고 바다를 떠다니며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현재 해양에는 약 5조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구를 약 400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그런 탓에 우리는 각종 해산물을 통해 명함 크기의 오염된 플라스틱을 날마다 먹고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대규모 축산업과 내연기관 자동차,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공장에서 내뿜는 탄소로 지구는 해마다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세기말 지구 온도는 100년 전과 비교해 약 2도 오를 전망인데, 이러한 온난화와 함께 해양 오염까지 지속한다면 지구 산호초의 99% 사라지게 된다는 게 과학계의 우려이다. 산호초는 지구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을 흡수하는 ‘공기 청정기’ 역할을 하는데, 1㎡에서 연간 1500~3700g의 탄소를 소비한다.
21세기 들어 인류로 인해 공식 멸종된 동물은 중국의 양쯔강 돌고래와 피레네 아이벡스, 보석 달팽이, 미국의 하와이 꿀풍금조, 서부 검은 코뿔소, 뉴질랜드의 사우스 아일랜드 코카코, 호주의 크리스마스섬 집 박쥐, 베트남 자바 코뿔소, 마다가스카르의 알라오트라 논병아리, 에콰도르의 핀타섬 땅 거북, 시리아의 바라다 스프링 피라미, 호주의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 북부 수마트라 코뿔소, 랩스 청개구리, 동부 퓨마 등이다.
45억4000만년간 존재한 지구에서 인간은 산업화와 기업 활동을 이유로 끊임없이 오염시켰다. 지구의 70%를 이루는 해양을 이미 40% 이상 오염시켰으며, 최근 133년간은 지구의 평균 온도를 0.85도 상승시켰다. 2000∼12년에만 230㎢의 산림을 파괴했다. 1만 년 전 생성된 남극의 빙붕(남극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300~900m 두께의 얼음 덩어리)은 불과 8년 후면 완전히 소멸할 가능성도 있다.
왜 기업이 이를 책임져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매우 명료하다. 소비자가 더는 이런 파괴행위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는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제품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저렴한 물건이 지배하는 가격 경쟁력의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에서는 예외라고 여기면 큰 오산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법적으로 어떠한 비닐 포장도 쓰지 못하며, 이를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에서 환경정책만큼은 그 어떤 대륙의 나라보다 엄격하다.
기업이 친환경 정책을 실천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는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 2015년 수립된 유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가 그 답을 밝혀주고 있다. SDGs는 현재 지구 환경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산업, 경제, 인구별 소비환경과 영향을 정확히 표현해준다. SDGs에 참여하고 지지하겠다고 표명한다면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신뢰의 상징을 가져올 수 있으며, 동시에 이는 기업이 지구촌 일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의무이기도 하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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