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중국발 미세먼지 비율, 한국 전역에 대한 중국 미세먼지 기여율 그리고 향후 계획.’
20일 공개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요약보고서에 빠진 세 가지다. 이번 보고서는 한·중·일 3국 정부가 공동 발간하는 첫 미세먼지 보고서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브리핑에서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중국이 그동안 어떠한 기여율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32%라도 인정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며 “LTP 사업이 진행된 지난 19년 동안 한 번도 결과가 발표된 적이 없어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데, (우리) 연구진이 설득하고 끌어내 이 정도라도 공개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 대전, 부산 3개 도시의 연평균 농도에 대한 각국 기여율만 공개돼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서다. 흔히 ‘고농도=중국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동안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중국을 포함한 국외 기여율은 28∼82%로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이처럼 계절이나 기상조건에 따라 중국 영향은 달라지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연평균 기여율만 공개됐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우리가 (월별 자료를) 공개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고 3국이 같이 동의해줘야 한다”며 “지금까지 동의된 부분은 요약 보고서에 나와있는 이 수준으로 발표하기로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중국은 고농도 계절을 앞두고 월별 기여율이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원장은 “지금까지 과학원 연구를 참고해 11월부터 3월까지 고농도 기간만 치면 국외 기여율이 지금보다는 10∼20% 올라가지 않나 싶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한국 전역이 아닌 서울, 대전, 부산에 대한 중국 기여율만 공개한 것도 중국 측 의사였다.
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이 세 곳은 대도시라 (자동차 등) 자체 기여율이 많은 곳”이라며 “우리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중국 기여율이 40%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중국은 세 곳의 자료만 공개되길 원했다”고 전했다.
LTP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어떤 후속작업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결정되지 않았다. 요약보고서는 오는 23∼24일 일본에서 열리는 제21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에 보고된다. 그러나 LTP 보고서가 공개되기까지 중국의 반대로 한 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터라 당장 구체적인 해결책을 논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보고서는 LTP 4단계 연구기간(2013∼2017년)과 지난해 중국이 공개한 2017년 배출량 자료를 토대로 한 결과다. 공식적으로 4단계 연구기간이 끝난 지 2년이 흘렀지만, 향후 연구계획은 잡힌 것이 없다.
과학원 관계자는 “LTP 사업이 종료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도 공동연구는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처럼 기여율을 연구해 발표하는 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3국 공동연구, 공동저감으로 이어져야”
“이게 평균이다보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를 전혀 인정하지 않던 중국을 설득하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했죠.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김철희 부산대 교수는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회의 의장으로 이번 연구를 지휘했다. 그는 2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미세먼지 기여율 32%’라는 수치가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연평균이란 점을 감안하면 높은 값이라며, 이번 공동연구가 공동 저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민들은 고농도 시 중국 기여율을 알고 싶어 하는데, 이번에 연평균만 공개됐다.
“월별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건 이번 발표의 가장 큰 약점이다. 당연히 겨울과 봄에는 중국 비율이 올라가고, 이런 점을 밝힐 수 없다는 게 나도 답답하다. 고농도 때 중국에서 시뻘겋게 먼지가 넘어오는 모델링이나 위성자료를 봐온 국민 입장에서 ‘연평균 32%’라고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 않겠나. 하지만 여름에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연평균 32%라는 것은 상당히 높은 값이다.”
―실제 함께 연구하면서 소통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
“중국에서 조심스러워했다. 위로(과학자에서 정부로) 올라가면서 논쟁이 생기더라. 중국 정부는 ‘우리 먼지가 왜 한국으로 가냐’며 전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리간제 중국 생태환경장관도 얼마 전 한국에 와서 중국이 얼마나 배출을 줄였는지만 이야기하지, 한국에 영향을 주는 건 한마디도 안 하지 않았나. 그래서 서울, 대전, 부산의 연평균 기여율이라도 공개하자, 그럼 (고농도 시기만 보여줬을 때보다) 값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으니까. 이렇게 이야기된 것이다. 아쉬운 면이 있지만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배출량 입력값이나 모델링을 자국에 유리하게 조절할 여지는 없는 것인가.
“배출량은 국가통계이기 때문에 믿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결과뿐 아니라 각종 저널에 나오는 논문에도 이런 자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모델링 결과는 컴퓨터 모델 옵션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다. 대기경계, 구름물리를 뭘 쓸지, 배출량을 지표에 둘지, 굴뚝 높이에 맞춰 위로 올릴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이를 조작, 거짓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원래 모델 자체가 가진 불확실성 때문에 모델 간 오차가 28% 정도 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정책적 의미라고 한다면?
“결과를 종합하면, 여름까지 다 합쳐 국내 미세먼지의 51%는 국내발, 49%는 국외요인이라는 것이다. 이게 앞으로 국내 저감정책이나 국제 공조의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령, 질소산화물 배출 기여도가 이렇게 되니 이걸 어떻게 줄여보자 하는 이야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결과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협력해갈 여지가 많다고 본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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