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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분쟁으로 훼손된 무역시스템… 저성장 고착화 기로에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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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30 18:00:00 수정 : 2019-11-30 17: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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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계경제 전망 / 관세전쟁 여파 산업 생산성 떨어져 / 향후 2년 총생산 0.5∼0.7%P 감소 / G20 규제·브렉시트 불확실성 여전 / OECD 성장률 전망치 2.9%로 하향 / 성장회복 조짐 있지만 낙관 역부족 / IB업계, 中증시·파운드화 투자 추천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마무리를 약 한 달 남겨놓은 지금 내년도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는 다소 줄었지만 경제성장 둔화는 지속되는 전반적 흐름 속에서 2020년은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국면이 앞으로 더 고착화될지가 내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경고다. 경제 단체들은 대체로 올해보다 내년이 경제적으로 더 힘든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저성장 블랙홀’ 막을 수 있을까

세계 경제의 저성장은 더 이상 낯선 화두는 아니지만 내년 이후 이러한 국면이 좀 더 고착화할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무역 전쟁 위기를 넘지 못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2일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는 “전 세계 상품과 서비스 생산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느린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던 올해 전망을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엄밀히 보면 전망은 점점 더 악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이맘때 OECD가 매년 전 세계 성장률을 3.5%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이번엔 2020년 전망치를 2.9%로 낮춰 잡았다. 만약 사정이 더 나빠진다면 성장률이 조금도 오르지 못할 수 있고 후년에도 완만한 상승세에 그칠 것이란 비관론이다.

가장 큰 부정적 요소는 각종 무역분쟁의 여파다. 이날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주요 20개국(G20)은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관세 등을 통해 수입품 규제 추세를 강화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 조치로 영향을 받은 상품 규모만 4604억달러에 달한다.

로렌 본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2년간 무역분쟁으로 인해 줄어드는 세계 총생산이 0.5~0.7%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는 정체됐고 성장은 매우 낮은 현재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약간의 변화조차 일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약화에 기여한 요소로는 미·중 무역 갈등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을 비롯해 기존 세계 무역시스템의 규칙이 무너진 점 등을 지적했다.

다만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OECD는 각국 정부가 초저금리를 통해 새로운 투자를 일으키고, 기후변화 대처 방안을 마련하며 디지털화에도 집중한다면 세계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무역 긴장과 통화정책이 7분기 만에 동시에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내년 1분기 세계 경제 성장세 회복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분석가들은 “세계 경기 하강의 핵심 요인인 무역긴장 완화로 사업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정책 부양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경제대국들 ‘주춤’…부정적 전망이 우세

이처럼 미약하게나마 성장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확실한 낙관론을 펴기엔 역부족이다. 일단 경제대국들의 성적표가 하나같이 부진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4일 “최근 세계 경제가 보여준 신호로는 전체적인 반등에 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 일본, 호주, 독일 등 주요 경제대국의 경기 침체가 연쇄적으로 각국의 시장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UBS가 내놓은 2020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 역시 “상황이 좋아지기 전에 일단 더 악화할 것”이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했다. 분석에 참여한 약 40명의 전문가들은 최근 2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더디게 한 가장 큰 요인으로 무역 시스템 붕괴에 따른 산업 생산 저하를 꼽았다. UBS는 심지어 미·중 무역 갈등이 모든 관세 철회 등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더라도 세계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가량 추가 성장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이미 입은 부분이 있고 사업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게티이미지뱅크

◆투자는 ‘英 파운드화·중국 증시’ 낙관론

투자은행(IB) 업계는 2020년 영국 파운드화와 중국 증시 투자 등을 추천했다.

파운드화 강세의 경우 다음달 12일 총선 이후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한편 영국의 재정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해 브렉시트에 커다란 진전을 이끌어낸다면 파운드화가 유로화에 대해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역시 브렉시트 돌파구를 기대하며 파운드화 매수를 추천했다.

UBS는 투자 보고서에서 중국 주식의 투자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미국과 무역 마찰이 지속되면서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은 6% 아래로 후퇴하며 하강 기류가 예상되지만 성장률 둔화와 별개로 경제 개혁이 결실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몸값 높이는 이직률 ‘뚝’… 바닥 기는 임금상승률

 

세계의 노동자들은 지금 좀처럼 오르지 않는 월급에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실업률은 최근 수십년 동안 가장 많이 떨어졌는데도 낮아진 임금상승률 탓에 노동자들의 수입 및 소비 증가는 기대 이하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도 힘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임금상승률 저하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최근 ‘이직시장 둔화’가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 주세페 모스카리니 노동경제학자(예일대)의 최근 연구를 인용해 “이직률이 실업률보다 임금,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생산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소비가 활성화되어 물가 상승이 일어난다는 ‘필립스 곡선’은 지난 몇 년간 유효하지 않았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하락하면서도 이직률은 거의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P연합뉴스

WSJ는 “직장을 옮길 때 평균 4%가량 연봉 인상이 이뤄지는데 이직률이 낮다면 몸값을 올릴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이직을 망설이는 노동자들이 늘어난다면 임금상승률이 크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모스카리니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은 임금상승률의 평균 40%를 이직을 통해 달성했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크리스 피사리데스도 “임금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이라며 “실제 이직률이든 향후 이직할 가능성이든 간에 이직률이 하락하는 흐름에서는 생산성과 임금상승률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직은 경력 개발과 임금 상승을 가속화하는 길로 각광받아왔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를 꺼리는 분위기가 세계 노동 시장을 잠식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신기술이 쏟아지고 경제가 빠르게 변하면서 노동자들의 경계심과 안정 지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다소 발전이 더디더라도 한 직장에서 보수적으로 적응하는 쪽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스티븐 다비스 연구원은 고령화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다비스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노동자들은 현 직장을 그만두거나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한때 이직이 활발했던 주요 선진국에서 이러한 변화는 두드러진다. 미국은 2009년 10월 10%였던 실업률이 올해 9월 3.5%로 6.5%포인트 하락했지만 이직률은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2018년 1분기 미국 근로자들의 이직률은 5.8%로 2006~2007년 수준과 비슷하다. 임금상승률 역시 지난달 기준 전년동기대비 3%로 금융위기 이전(4% 이상)이나 2000년대 초반(5% 이상)에 비해 확실히 낮다.

 

호주에서도 재무부 연구 결과 이직률이 1%포인트 오르면 평균임금이 0.5%포인트 오른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11% 근방이던 이직률은 최근 8%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임금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 역시 비슷한 악순환을 따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에 따르면 영국은 금융위기 이전의 이직률을 최근에야 겨우 회복하긴 했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 기록한 고점(25∼30%)을 밑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10년 전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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