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인 24일 밤에도 홍콩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몽콕과 침사추이 등 홍콩 도심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홍콩 사태가 7개월 가까이 이어지며 장기화하는 가운데 크리스마스 이브 홍콩의 밤은 혼돈으로 치달았다. 특히 행정 수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즐거운 성탄절” 메시지를 전달해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최루탄이 등장하고 도심 전철역이 폐쇄되는 등 어수선한 풍경이 성탄 전야 홍콩을 상징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심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경찰의 경고를 무시한 채 24일 자정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자정이 지나 시위대와 경찰이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를 기원한 뒤 양측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은 물러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최루액을 발사했다.
검은 옷을 입은 과격 시위대는 성탄 전야 밤 11시쯤 몽콕 지역 HSBC 은행 한 지점 유리 벽을 부수고, 입구에 불을 질렀다. HSBC는 최근 홍콩 시위대 관련 계좌를 동결해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또 이 지역 중요 교차로를 막은 시위대는 몽콕역과 침사추이 전철역 앞에 불을 질러 전철 운행을 방해했다.
침사추이 한 쇼핑몰에서는 시위자들이 잠복 경찰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이어 일부 시위대가 쇼핑몰에 진입한 경찰관을 공격했고, 경찰은 시위 대응용 무기를 겨누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한 시위 참가자가 쇼핑몰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는 장면도 목격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시위대는 쇼핑몰 주변 대로를 점거하고 보도블록을 뜯어 바리케이드를 쌓기도 했다. 이들은 “홍콩 부활”, “홍콩 독립” 등 구호를 외쳤다.
홍콩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 처장은 전날 밤늦게까지 몽콕과 침사추이 등 시위 현장을 둘러보며 경찰관들을 격려했다. 탕 처장은 경찰관들에게 “검은 복장의 폭도들이 거리에서 파괴 행위를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평화로운 성탄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하라”고 격려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분위기 속에 람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탄 메시지를 올렸다고 SCMP가 전했다. 10초 분량의 영상에서 람 장관은 “크리스마스는 기쁨의 날”이라며 “홍콩 사람이 평화롭고 안전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은 지난 6월부터 ‘범죄인 인도법’(송환법)반대 시위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가 7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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