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동원 퇴진 운동·보수 언론에 기사화 등 공작
봉은사 직영화 선제안…조계종 총무원, 연루 부인
서울 강남구 봉은사 주지를 지낸 명진 스님(70·사진)을 국정원이 불법 사찰한 증거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MBC와 오마이뉴스는 과거 이명박 정부가 국정원을 통해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문건 중 일부를 입수해 12일 이같이 보도했다.
명진스님은 국정원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소송을 내 2017년 일부 승소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자신 대상으로 사찰 및 공작을 벌인 문건 일부를 열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작년 9월 30일 “문건 중 13건을 공개하라”고 판결해 일부에 그쳤다. 공개된 13건에도 민감한 내용이나 인물 이름 등은 비공개 처리됐다.
2010년 1월 7일 작성된 국정원 비밀문서에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정권 퇴진이 필요하다는 망발을 했다”며 명진 스님 퇴출 계획도 함께 적혀 있다.
문서에는 조계종 종단에서 연임을 저지하도록 압박하고, 보수 언론을동원해 명진의 실체를 조명하는 기획보도를 내고, 3대 국민운동 단체를 시켜 ‘비난 댓글 달기 운동’을 시행할 것 등이 계획돼 있다.
MBC는 “이러한 사찰과 공작 문건이 그 해 상반기에 6개 더 작성됐다”고 밝혔다. ‘봉은사 주요 현황’, ‘명진의 각종 추문’, ‘명진의 종북 발언 및 행태’, ‘명진 비리 수사로 조기 퇴출’, ‘봉은사 내 명진 지지세력 분포 및 시주금 규모’, ‘사설암자 소유 의혹’ 등이다.
국정원은 또 “봉은사를 총무원이 직접 관리하는 ‘직영 사찰’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실제 8개월 뒤 봉은사는 직영 사찰로 전환됐고, 명진 스님은 주지 자리에서 떠났다.
MBC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휘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전 국정원장은 2010년 7월 국정원 회의에서 “종북좌파가 서울 한복판에서 요설을 설파한다. 이런 사람을 아웃시키지 못하면 직무유기”라 말했다.
사찰과 공작에는 국내 정보 파트는 물론 방첩국 소속 특명팀도 투입됐다. 방첩국의 임무는 북한의 남파 간첩과 관련된 것인 것, 자국민 사찰에 동원된 것이다.
국정원의 사찰 결과는 청와대로 보고됐다.
명진 스님 퇴출에 대해 조계종은 “외압은 없었고, 종단 내부 결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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