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두 장의 도시락 사진이 있다. 위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 사진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반찬 가짓수와 양이 부실하다.
아래 사진은 국내로 들어온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인천의 한 대학이 제공하는 도시락이다. 반찬 종류와 간식 등 측면에서 위 사진의 도시락과 차원이 다르다.
24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 두 장의 도시락 사진을 놓고 분통을 터뜨리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네이버 카페에 이 두 사진을 함께 올린 누리꾼은 “두 도시락이 너무 비교되는데, 기가 찬다”며 “대체 누가 이 나라 국민이냐”고 되묻는다. 관련 기사 댓글난 등에서도 “우리가 중국 속국이냐”거나 “우리가 낸 세금이 왜 저렇게 쓰이냐” 같은 비판이 빗발친다.

첫 번째 사진의 도시락이 제공된 청도대남병원은 지난 22일부터 내·외부 감염전파 차단을 위해 ‘코호트 격리’(건물 통째 봉쇄) 조치가 이뤄진 곳이다. 전날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111명이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의료진과 직원도 9명 포함돼 있다. 이 병원에선 전날까지 사망자가 3명 나왔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 일부 환자에겐 도시락이 제공되고 있는데, 부실도시락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청도대남병원에 공급하고 있는 도시락은 청도군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 속 도시락은 지난 22일 오전부터 3차례 제공된 도시락이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 중에서는 “도저히 도시락을 먹지 못하겠다”며 아예 끼니를 거른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도시락 수량도 모자랐다고 한다. 이튿날부터 도시락 구성이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그 내용과 양이 부실해 청도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대학가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온 중국인 유학생들에겐 보통 8000∼1만원짜리 도시락이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대학은 이뿐 아니라 과일과 과자 등 간식거리도 추가로 제공한다. 이렇게 중국인 유학생 한 명에게 하루 3끼를 기준으로 14일간 42만원 안팎이 든다고 한다. 교육 당국은 이번 주 중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만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의 식비만 수십억원이 드는 셈이다.
다만 중국인 유학생 식비는 정부가 지원하지 않고 각 대학이 부담한다. 교육부는 올해 각 대학에 나눠준 ‘혁신지원사업비’를 손 소독제나 마스크 등 방역물품 비용이나 추가 인력의 인건비로 집행할 수 있도록 풀어줬으면서도, 도시락 비용 등 기숙사 격리에 드는 비용으로는 쓸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교육부는 전국 143개 대학에 혁신지원사업비를 적게는 20억여원, 많게는 70억원가량씩 지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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