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신천지예수교회 교인들에 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조속히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체검사를 피해 잠적하거나 격리시설 입소를 거부하고, 방역 가이드라인과 배치된 집단생활을 하는 일부 신천지 교인의 일탈 행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대구시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현재 관리 대상 신천지 교인 1만471명 중 1만220명(97.6%)이 진단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를 통보한 9651명 중 4137명(42.9%)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직 진단 검사를 받지 않은 신천지 교인도 251명이나 된다.
대구시는 지난 8일 신천지대구교회와 관련 시설에서 집회, 예배 등을 금지하는 동시에 이날부터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는 신천지 교인은 고발조치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신천지 교인들의 특성상 지난달 16일 신천지대구교회 마지막 집회 이후에도 여전히 확진자들과 장시간 함께 생활한 사람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행정명령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신천지 교인들은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는 등 행정기관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어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한 교인은 5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2인실이 싫다’며 입소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명령 조치는 뒷북대응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8일 신천지대구교회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얼마 안 돼 이 교회 교인들을 중심으로 대구지역 확진자가 폭증할 때부터 서둘러 강제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대구시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당시 권 시장은 “지난달 18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신천지 관련 시설을 다 폐쇄하고 엄격히 감시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교인 명단도 확보했다”며 행정명령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한마음아파트에 입주한 142명 중 94명이 신천지 교인이고, 확진자 46명이 전원 신천지 교인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것도 대구시의 소극적 대응과 연결짓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 이 아파트에는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가 속출하는데도 외부인이 별다른 통보를 받지 않고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 문성병원에서도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주차 직원이 뒤늦게 신천지 교인으로 밝혀지는 등 신천지발 집단감염 우려는 식지 않고 있다. 그만큼 행정명령의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대구시는 부랴부랴 가족 구성원 형태를 제외한 신천지 교인 집단 감염시설 확인에 나서 확진자 5명 2곳, 4명 1곳, 3명 7곳을 추가로 파악했다. 10곳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대구시는 이날 저녁 한마음아파트에 대한 코호트 격리를 해제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천지 교인 46명을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하고, 신천지 교인이 아닌 일반 주민 38명은 자가격리에서 벗어났다. 신천지 교인 48명은 음성으로 나왔지만, 자가격리를 유지한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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