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에 사는 회사원 이모(41)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칫 ‘호구’가 될 뻔했다.
퇴근길, 이씨의 차량 계기판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떴다. 그는 곧장 집 근처 타이어 전문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를 찾았다. 직원들은 꽤나 친절했다. 이씨가 공기압을 넣어달라고 말하자 세 명의 직원이 달라붙어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직원 한 명이 다가와 “왼쪽 뒷타이어가 펑크가 났다”고 말했다. 살펴보니 나사못이 박혀있었다. 타이어뱅크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타이어 펑크나 공기압 점검 등에 대해 무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씨는 ‘타이어 펑크 때우기’만 원했다. 그런데 직원들은 타이어 교체를 권하기 시작했다. 한 직원은 “기왕이면 타이어 교체를 하시라”며 “한쪽만 바꾸면 편마모가 심해져서 뒷타이어 양쪽을 다 교체하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펑크를 때웠는데도, 타이어 교체가 낫다고 하니 이씨는 난처했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가격을 물었다.
처음에는 국산 타이어 가격을 안내하던 직원은 “국산 타이어는 지금 시간이 늦어서 주문하면 못 온다”면서 “지금 저희가 가지고 있는 수입 타이어로 교체해야 할 거 같다”고 말하며 이씨의 눈치를 살폈다. 국산 타이어는 개당 18만9000원, 수입 타이어는 개당 25만∼30만원 선이었다. 이씨는 “그때 제가 너무 비싸서 타이어 교체 안 한다고 하니깐, 갑자기 이번에는 다시 중고 타이어로 교환을 권하더라”며 “뭔가 자꾸 우롱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더 알아보고 결정하려고 일단 매장을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으로 가는 길에 ‘임시방편’으로 셀프세차장에서 본인이 타이어 공기압을 다시 채웠다. 11일 출근길에 차량 경고등은 뜨지 않았다. 그는 “안전을 위해서 다른 타이어 매장을 다시 찾긴 할 것”이라면서도 “어제 무방비로 수입 타이어로 교체했으면, 그냥 호구가 되는 거 아니었을까 지금도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그는 타이어뱅크 측에도 정식으로 불만 접수를 할 생각이다.
◆“이건 아니잖아요.”
자동차 정비는 ‘안전’과 직결됩니다. 하지만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죠. 차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대부분의 차주들이 정비소나 타이어 매장을 찾았을 때, 직원들의 말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고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2017년에는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타이어 업체 4개사에 대한 민원을 분석해보니, 사례에서처럼 타이어뱅크에서 타이어 과잉 교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소비자가 타이어 일부나 앞쪽 교체를 원하는 경우에도 4개를 모두 갈아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불필요한 휠 교체를 유도했다는 민원이 주를 이뤘다고 합니다. 견적 시 안내받은 모델과 교체 후 모델 및 가격이 달라졌다는 민원도 있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이 이미 제기됐음에도,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타이어뱅크 측에 물었습니다. 회사 측 관계자는 “타이어뱅크의 모든 지점은 위탁해서 운영하는 개인사업장으로, 불만이 접수되면 본사에서 사실확인을 당연히 한다”며 “사실 확인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면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담당 지점 교육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답했습니다. 과연 이같은 조치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거나 기만하는 곳들이 관리가 될까 싶습니다.
인터넷에는 ‘타이어 교체 바가지’라고만 검색해도 게시물이 엄청나게 뜹니다. ‘카센터 바가지 피하는 N계명’ 등의 글도 있고요. 피해 사례도 많고, 소비자 불만도 많기 때문이겠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타이어 매장과 정비소 등을 싸잡아 비난하려고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차를 잘 모르는 운전자를 ‘호구’로 만드는 일부 업체들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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