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zombie apocalypse)를 직접 마주하는 것과 언어로 묘사한 것만 보는 것, 과연 비교가 될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뉴스가 전 세계에서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언론에 보도되지 못한 최전선 현장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CNN은 26일(현지시간) 응급의학 전문의 에스더 추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신은 가장 무서운 장면이 어떤지 모른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매체를 통해 대중에 전달되는 코로나19 소식은 진실을 축소,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진들이 최전방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전 과정이 알려지지 않았을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자들의 고통이 가장 심할 때 어느 정도인지도 대중은 짐작할 수 없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짬을 내 한두 마디 한 것으로 ‘코로나 전장’을 상상해 볼 뿐이며, 주지사와 시장들이 “심각하다”고 호소하니 간접적으로 심각성을 느낄 뿐이다.
TV 생중계로 인터뷰를 하는 환자들은 스카이프 화상통화에 무리가 없을 만큼 상대적으로 상태가 괜찮은 이들이다.
추는 “이 모든 것들이 위험성을 추상화해서 사태 파악에 방해가 되게 한다”며 “지금 알려진 모습은 ‘팬데믹(대유행)의 진짜 얼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있는 가장 심각한 환자들의 현실은 무시무시하다”며 “산소 부족 등으로 정신이 혼미하고 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것은 TV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컬럼비아 병원의 레지던트 의사인 메레디트 케이스도 25일 트위터에 “언론은 현실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우리 병원 집중치료실은 코로나19 중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 오늘 최악의 날을 맞았다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 더 나쁜 상황이 닥쳐온다”고 설명했다.
현장 상황이 이러한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매체를 가려서 인터뷰하는 상황이라고 CNN은 비판했다. 미국 당국은 폭스뉴스 인터뷰를 확실히 선호하며 타 매체 요청은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백악관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이며, 한 마디로 ‘팬데믹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CNN은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관료들은 정말 필요한 상황 파악, 자료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의료진들은 그럴싸한 정치 게임의 희생양으로 묻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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