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유학 중 일시 귀국해 제주를 4박 5일간 여행한 뒤 서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유학생 A씨(19·여)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A씨의 사례가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허탈감을 넘어 공분까지도 함께 느끼고 있다. 도민들은 관광객 입도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가격리를 어기고 제주도 4박 5일 여행. 미국 유학생 강남구 21번 확진자 처벌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제주도 입도 제한을 해서 제주도민을 지켜주세요’ ‘청정 제주 지켜주세요’라며 제주도 입도를 제한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도민들은 ‘제주는 피난처가 아니다’ ‘그동안 제주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제주도민들이) 소소한 일상까지 희생을 감수해 왔기 때문’이라며 불필요한 입도를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확진자 방문시설과 영업장들은 날벼락을 맞고 있다.
확진자가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 곧바로 방역소독을 하고 임시폐쇄를 해야 하므로 손실이 큰 상황이다. 심지어 제주시 도심의 한 마트는 두 차례나 문을 닫아야 했다.
확진자가 방문한 시설은 임시폐쇄가 풀려도 일반 도민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2차 피해를 보고 있다.
제주는 중국 우한 출신 관광객이 제주에 다녀간 뒤 본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1일부터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후 4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확진자와 접촉한 자가 격리자들도 이번 주 내로 차례로 격리 해제되는 등 지역사회 전파도 없었다. 앞서 확진자 4명의 공통점이 모두 대구를 방문했거나 대구에서 제주로 온 여행객이다. 다행히, 지역민 접촉자가 모두 음성으로 나오는 등 다른 지역과 달리 지역사회 감염 사례는 나타나지는 않았다.
5번째, 6번째 확진자 역시 스페인에서 40일 동안 체류한 뒤 귀국 이튿날 제주에 들어온 뒤 발열 증상이 발현된 것을 고려할 때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 여행 후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미국 유학생 등 모녀에 대해 제주도가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7일 “제주도민이 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이들로 인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도는 미국인 유학생 A(19·여)씨와 어머니 B씨에 대해 1억원이 넘는 금액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원 지사는 “A씨 등이 (자가격리가) 정부 권고 사항일 때 입국해 형사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동 동선을 세부적으로 검토해 논란이 없도록 혐의를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며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A씨 등의 미필적 고의가 성립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는 A씨가 제주 입도 첫날인 지난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을 느꼈고, 23일 오전에는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증상을 보였음에도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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