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인들이 총선을 전후해 주요 공판의 증인 및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줄줄이 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사안마다 정치적 문제가 얽혀 있어 법원의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당에선 소위 ‘정치 신인’들이 연관된 사건이 대거 발생했다. ‘사법개혁’ 기치를 내걸고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후보로 출마한 이수진 전 부장판사(서울 동작을)와 이탄희 전 판사(경기 용인정)는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당시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코트’에 비판적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내부모임을 탄압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일정상 총선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두 후보자는 모두 ‘사법농단의 피해자’라는 명분으로 정치에 입문한 만큼 관련 공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실체를 드러내는 데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소위 ‘사법농단’ 관련 공판에서 두 전직 판사의 이름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의 속행공판에 증인 출석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이수진 전 부장판사와 2017년 1월 국제인권법 학술대회를 저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을 내놨다. 야권은 이 전 부장판사가 “사법농단의 대리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향후 치열한 ‘진실 게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같은 날 검찰은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자들에게 ‘허위 응답’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영배 후보자(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서울 성북갑)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김 후보자를 고소했다.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내리면 국회의원 당선 무효가 된다.
아울러 지난달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는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 부부를 사기·기초생활보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 정치인들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 사건과 관련해 무더기로 법정에 설 전망이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27명은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지난 2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총선 준비로 재판이 어렵다”는 의원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다음 기일을 총선 이후인 4월28일로 조정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 과정에서 한국당 당직자 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 의원 등 10명에 대한 공판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 심리로 진행 중이다. 이 역시 총선이 끝난 뒤에야 본격적인 공판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병수·이강진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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