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참패로 위기에 놓인 미래통합당에서 초·재선 당선인들의 ‘혁신 모임’ 결성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각에서는 16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미래연대’와 17대 ‘새정치수요모임’, 18대 ‘민본21’ 이후 19·20대 국회에서 명맥이 끊긴 보수정당 소장파 모임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당내 정책 연구모임을 구상 중인 김웅 당선인(서울 송파갑)은 11일 통화에서 “(그동안) 보수 정당의 정책이라고 내놓을 만한 뚜렷한 게 없었다. 지금 시대에 맞는 정책이 무엇인지 뜻이 있는 분들과 함께 모여 공부해보자는 취지”라며 “‘오픈 세미나’ 형식을 취해 관심 있는 분들이 자유롭게 참석하고, 자연스럽게 어젠다를 형성하는 과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범수 당선인(울산 울주)은 “초선 위주로 모임을 꾸릴 생각”이라며 “선수 위주의 당 분위기에 그동안 (초선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선수를 떠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전제로 혁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통합당의 ‘꼰대·불통’ 이미지가 선거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유능하고 참신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이번 신임 원내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후보자 토론회가 성사된 것 역시 초·재선들의 이 같은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초·재선(60명)들이 전체 당선인(84명) 중 71%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향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여부 등을 포함한 당 혁신 논의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중진들도 거들고 나섰다. 서울 관악을 지역에서 낙선한 오신환 의원은 총선 한 달을 맞는 오는 15일 국회에서 ‘길 잃은 보수정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수도권에서 고배를 마신 30·40대 출마자들과 함께 패인을 분석하고, 보수정치의 쇄신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발제자로는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이준석 최고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오 의원은 “향후 우리 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볼 공간이 필요하다”며 “(통합당이) 선거 패배에도 절박함이 부족해 보인다. 변화와 혁신 없이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3선의 조해진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쇄신작업이 성과를 내려면 당선자와 낙선자, 원외위원장 등 전 당원이 참여하는 거당적 작업이 돼야 한다”며 “20대 총선과 탄핵,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망라해 패배를 성찰하고, 백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도 40대 초·재선과 함께 개혁 모임을 추진 중이다. 통합당 신임 원내지도부는 이르면 이번주 당선인 연찬회를 열고 당 재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합당은 이날 신임 원내수석부대표로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을) 의원을, 원내대변인에는 최형두(경남 창원 마산합포)·배현진(서울 송파을) 당선인을 내정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치·정당·정책이 모두 변하는 ‘삼정 혁신’을 통해 통합당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부친상을 마치는 대로 이들의 임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