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등교 개학이 예정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학 개강도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1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대학생은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학생들 요구는 거세지는 반면, 교육부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거세지는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 대학생들은 단체행동 나서기 시작
전국 30여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와 ‘등록금 반환운동본부’는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반환 소송과 등록금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이 4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현재 전국의 300만 대학생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책정된 등록금 만큼의 교육권, 수업권 등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등록금 반환을 위한 단체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산지역 13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부산시총학생회연합은 지난 6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일부 환불과 대학별 대책마련을 촉구했으며 같은 날 전국 34개 예술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예술대학생 네트워크’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와 대학은 등록금을 반환하라”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배재대 등 대학 총학생회가 단독으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 곳도 있다.
이런 연쇄적 움직임을 뒷받침하듯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 반환·감면에 대한 의견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75.1%가 찬성이라고 답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달 국내 203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2만17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9.2%가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 첫 번째 이유로 ‘원격 수업(온라인 강의) 질이 떨어진다’, ‘학교 시설 이용이 불가능하다’가 꼽혔다.

◆교육부와 대학은 서로 ‘결정권’ 넘기며 등록금 반환 논의 지지부진
결국 대학생들 불만의 화살은 최종 결정권을 쥔 교육부와 대학을 향한다. 14일 모인 전대넷과 등록금 반환운동본부도 이날 “피해 상황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대학의 꼼수를 허용하는 법 조항을 바로잡는 것은 헌법상에 명시된 권리”라며 소송인단을 모을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교육부를 향해 “교육부와 각 대학 본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대학가의 재난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등록금 반환을 결정해야 한다”며 “허점뿐인 고등교육법과 등록금 관련 규칙도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전대넷은 교육부와 전국 대학 관계자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3자 협의회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교육부와 대교협은 반환 여부를 놓고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대교협 관계자는 지난 7일 만나 등록금 반환에 관해 논의했으나 이후 진척이 없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등록금 반환은 “대학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발을 뺐고,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지난달 23일 신학기 개학준비 추진단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대학 상황이 제각각이라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사안은 아니며 (등록금 관련) 권유를 하거나 지침을 줄 상황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한 달 가까이 교육부는 대학 등록금 반환과 관련해 추가 입장은 발표하지 않았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과 코로나19 방역, 온라인 강의 준비 등으로 재정난을 겪는다는 이유를 들어 등록금 반환에 난색을 표한다. 대전권 한 대학 관계자는 “현 재정 상황에선 환불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교육부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결정권을 넘겼다.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먼저 콜럼비아대, 코넬대 등 50여 대학이 학생들에 의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당했다.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학위가 주는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학 측이 등록금 반환 청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비슷하게 국내 대학들도 아직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학생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교육부는 대학에 결정권을 넘기고 대학은 학생들 요구에 귀를 닫으면서 학생과 교육부·대학 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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