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2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조성을 위한 후원금을 받기 직전에 서울명성교회로부터 서울 마포구 쉼터를 기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대협은 2012년 1월 서울명성교회로부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조성을 위한 기부약정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정대협이 추진하는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힐링센터)’ 건립을 위한 후원금을 지정 기탁한 2012년 8월보다 7개월 앞선 시점이다. 정대협이 내부적으로 쉼터 조성을 완료한 상황에서 추가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쉼터 조성 명목의 10억원을 받은 것이다. 쉼터를 동시에 2곳이나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느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서울명성교회는 2012년 1월 1일 주일예배 때 당시 정대협 대표이던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과 고(故) 김복동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기부금 약정식을 열었다. 서울명성교회는 2012년 3월 정대협의 매입 요청에 따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지하1층·지상2층짜리 주택을 교회 명의로 14억7500만원에 샀다. 해당 주택은 정대협이 2011년에 개관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과 직선거리로 약 5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김복동·이순덕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가 지내던 쉼터였다. 현재는 길 할머니 혼자 머무르고 있다.
쉼터를 동시에 2곳이나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원래 서울에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쉼터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기 안성에 건립한 배경은 석연치 않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지정 기탁한 기금은 생존한 60명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건립에 쓰이며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인근에 마련될 예정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정대협이 기부금을 받은 후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이 서울이 아닌 안성에 마련될 것이라고 통보해왔지만 사업 취지에 공감해 후원금을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성에 마련된 쉼터는 결국 지난달 매각됐다. 정대협은 지난 16일 공개한 해명자료에서 매각 사유에 대해 “수요시위 참가, 증언활동 등 할머니들의 활동이 지속하고 있어 사실상 안성에 상시 거주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은 서울의 ‘평화 우리 집’ 쉼터에서 머물며 수요집회와 각종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성 쉼터는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의 기능은 하지 못했다. 게다가 쉼터를 이용하는 위안부 피해자 대부분이 경기 광주시의 ‘나눔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3명의 피해자를 위해 쉼터를 서울과 안성에 조성한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대협이 안성 쉼터용 부동산을 시세보다 턱없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매매를 중개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당선인(안성)이다. 당시 안성신문 대표였던 이 당선인은 건물 주인과 정대협을 서로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협은 2층짜리 단독주택을 주변 시세보다 2억∼3억원 높은 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4·15 총선에서 안성에 출마한 이 당선인을 공개 지지했다.
정의연은 안성에 쉼터를 조성한 사유에 대해 “건물 매입을 위해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인근의 주택을 알아봤으나 10억원 예산으로 구입할 수 없었다”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사업이 서울지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기를 희망했다”고 해명했다. 정의연 한경희 사무총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마포구 쉼터를 조성한 직후 또다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쉼터 조성 후원을 받은 점과 사유에 대해 “서울명성교회로부터 기부를 받을 때 이를 담당한 직원이 없어서 추가로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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