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업자로 쉼터 원소유주인) 금호스틸 김 대표가 직접 말하더라. 정몽준 회장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사줬다고 했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통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 현대중공업에서 성금을 낸 것이었다.”
경기 안성시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하는 A씨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안성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의 거래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정의연은 2013년 10월 7억5000만원에 사들인 쉼터를 지난달 23일 4억2000만원에 매각하면서 ‘매입가 부풀리기’ 의혹과 ‘불투명한 기부금 운용’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 “매각 과정 이해하기 어려워”… 인근 중개업소 “의뢰받은 적 없다”
18일 안성시 고삼면의 사무실에서 만난 A씨는 “매각 과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연이 큰 손해를 보면서 서둘러 쉼터를 판 이유가 궁금하다는 얘기다. 그는 “시장논리에 따라 매매가 이뤄지지만 공익단체라면 이사회 의결 등 정당한 절차를 밟았을 텐데, 그렇게 돈이 급한 상황이었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A씨에 따르면 쉼터가 자리한 금광면 상중리는 최근 집값이 급락할 악재가 없었다. 인근에 수목장이나 화장터가 들어선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된 데다 쉼터에선 거리가 멀어 매매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비싼 매입가’와 관련해선 조경용 나무와 돌, 마당 연못 등에 든 비용 등을 고려하면 크게 부풀려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게 A씨의 말이다.
그는 “김 대표가 애초 내게 (가격을 정하지 않고) 이 집을 팔아 달라고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몽준 회장이 샀다고 말하더라. 알고 보니 정의연에서 매입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지역에선) 꽤 알려진 스틸주택 건축가”라며 “관련 자격시험의 출제위원을 지냈을 정도”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완공 이후 정의연에 집을 매각하기 전까지 주말주택과 직원쉼터로 활용했다고 한다.

A씨는 그러나 “만약 알려진 대로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집을 소개했다면 이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며 “불법적인 커미션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연 측은 쉼터를 갑자기 헐값에 매도한 것에 대해서도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정의연 측은 “오랫동안 주변 부동산업소 등에 내놓았으나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건물가치 하락과 부동산 가격 변화로 현재 시세로 결정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인근 10여곳의 중개사 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관련 의뢰를 받은 곳은 없었다. 쉼터 바로 아래에서 식당을 겸업하는 부동산중개업자는 “(내게는) 단 한마디 언질도 없었다”고 말했고, 인근 원곡면에서 수십년째 중개업소를 이어온 B씨도 “지역 전산망에 공유된 것이 없었다”고 전했다. 60∼70대 노부부가 쉼터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의연 측은 여태껏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안성시 ‘쉼터’ 불법증축·영업 점검 나서
한편 이날 방문한 안성 쉼터는 인적이 끊긴 채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안성시는 이날 현장을 방문해 이 주택이 불법증축을 했는지와 펜션으로 사용됐는지를 조사했다.
일각에선 안성 쉼터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적합한 입지였는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한다. 시외버스 종점에서도 1㎞가량 떨어진 외진 곳이어서다. 또 이곳에 닿으려면 곡선으로 놓인 굽잇길만 10㎞ 정도를 가야 한다. 80∼90대 고령의 할머니들이 차를 타고 이동해도 버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제 난간을 갖춘 계단 등 쉼터의 구조도 할머니들에겐 부적합했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안성=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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