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텔레비전 탐구와 실험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백남준이 선보였던 방송과 위성 작업을 볼 수 있는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전을 내년 3월7일까지 개최한다.
백남준은 삶과 사회에 다양한 물결을 일으키는 TV를 예술의 매체로 활용하고, TV를 매개로 시청자에 의해 작동될 수 있는 예술을 보여준 예술가다. 그는 일찍이 다수가 동일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집합적인 경험, 현장이 아닌 매개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텔레비전 방송 매체의 힘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생전에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술과 방송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여러 문화권의 벽을 허물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전 지구적 쌍방향 소통과 화합을 꿈꿨던 백남준의 비전에 주파수를 맞춘다.
백남준의 1964년 작품 ‘참여 TV’는 독일 부퍼탈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서 선보인 실험 텔레비전 중 하나다. 관객이 마이크에 대고 내는 소리에 따라 모니터에서 영상이 나타나는 작품으로, 방송 시간에 따라 텔레비전을 끄고, 켜기만 할 수 있었던 시청자들에게 두 개의 채널이라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한 방향 방송 시스템에서 관객이 참여하는 ‘열린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던 백남준의 실험도 볼 수 있다. 불상과 TV 모니터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1974년 작품 ‘TV 부처’(사진)는 모니터 뒤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불상을 실시간으로 찍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난다.
각 전시장에서는 백남준 작품을 비롯해 비디오 아트를 대표하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측은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매개로 시청자에 의해 작동될 수 있는 예술을 보여줬다”며 “이번 전시로 코로나19로 지친 관람객들 마음에 작은 힘이 보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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