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의 시발점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1차 대구 기자회견이 7일로 꼭 1개월째를 맞았다.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쏟아지는 의원직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해명 및 반박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정공법’으로 맞대응했다.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정의연 할머니 쉼터 소장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정의연·윤미향 사태’는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에서 1차 기자회견을 한 지난달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이던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을 비판했다. 일본군의 전시 만행을 규탄하기 위한 수요 집회를 없애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후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 윤 의원의 부동산 구매와 재산 증식,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박한 대우 등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경기도 안성의 힐링센터 부지의 고가 매입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잇따르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가 사건을 배당받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정의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 분석에 나섰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달 25일 대구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어 윤 의원을 또 비판했다. “재주는 곰(피해자 할머니들)이 부리고 돈은 되놈(윤 의원)이 챙겼다”는 표현을 써가며 윤 의원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충족하기 위해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이용했음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원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윤 의원은 나흘 뒤인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의혹을 부인 또는 반박한 뒤 의원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책임있게 일하겠다”는 말로 의정활동에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윤 의원이 의원 신분으로 국회에 첫 출근을 한 이달 1일에는 시민단체 태평양전쟁희생유족회가 인천 강화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의원을 거듭 비판했다. 이 단체 양순임(76) 회장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전에 윤미향을 무서워했다”며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윤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해찬 당대표는 ‘함구령’을 내려 윤 의원을 적극 엄호했다. 정치권 밖에선 방송인 김어준씨가 윤 의원을 비판한 이용수 할머니, 그리고 태평양전쟁희생유족회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발언으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용수 할머니는 현충일인 전날(6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을 다시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건(윤 의원은) 그냥 둘 수 없다”며 “위안부를 팔아먹었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바로 이날 밤늦게 정의연의 서울 마포구 쉼터 소장 A(60)씨가 경기도 파주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밝혀 사실상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이 큼을 내비쳤다.
마포구의 정의연 쉼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일부가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2년 명성교회에서 정의연 측에 제공한 장소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윤 의원의 주소지가 한때 이곳으로 돼 있어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지난달 21일 이 쉼터를 전격 압수수색한 바 있다. A씨는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는 얘기를 주변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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