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신문이 무려 1년여간 여론 조사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짜 여론조사 결과는 신문과 계열사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협력업체 직원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실시된 14차례의 전화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가짜 응답이 입력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는 매번 18세 이상 남녀 약 1000명을 상대로 실시됐는데 이 업체가 담당한 약 500건의 조사 사례 중 수십에서 수백 여건의 가짜 응답이 입력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조사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전화를 걸지도 않고서 응답을 받은 것처럼 반복적으로 결과를 입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전체 여론 조사 내용의 약 17%가 부정한 응답으로 채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를 일으킨 직원은 “설문 조사를 할 인력 확보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번에 부정이 밝혀진 합계 14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기사를 모두 취소한다”며 “보도기관의 중요한 역할인 여론조사 보도에서 독자 여러분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한 것을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는 정당이나 정권의 지지율, 중요한 시책에 관한 찬반 비율 등 사회의 중요한 지표이며, 독자 여러분의 여러 판단이나 행동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며 “그 내용에 부정한 데이터가 포함돼 있었다는 것을 매우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산케이신문은 기사를 삭제하는 등 굴욕적인 조치를 단행한다면서도 여론조사의 어떤 항목이 조작됐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한편 우익성향의 이 신문은 아베 신조 정권에 비교적 호의적인 논조를 보였다.
이에 일본 소셜미디어(SNS)외 커뮤니티 등 일부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타 매체에 비해 비교적 높게 유지된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 조작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대응 실패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아베 정권은 여론을 무시하고 추진하던 지상배치 미사일 방어체계 이지스 어쇼어가 무산된 데 이어 측근 국회의원 부부가 표를 매수하는 돈 선거 의혹으로 체포되는 악재가 속출했다.
벚꽃을 보는 모임·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측근 검찰 수장 앉히기 시도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반면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세금 인상과 특히 올림픽 연기, 관광입국 감소가 지난 상반기에 발생했고 아베노믹스(양적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 등을 약속했으나 대부분 좌초된 상태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정권의 이러한 실정에 대해 “아베 정권 8년의 최대 업적은 아베노마스크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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