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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째 이어지는 ‘거리두기’에 지쳐가는 시민들... 그래도 ‘거리두기’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6-27 11:00:00 수정 : 2020-06-27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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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구 이동량 급증… “코로나 이젠 지겹다”는 사람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1회 코베 베이비페어에서 행사 관계자가 마스크와 위생장갑 착용 독려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6개월가량 지났다. 이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는 새로운 습관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피로감을 표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인식, 일상을 더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거리 두기 지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개개인의 방역의식이라고 강조한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거리 두기 방침을 강도에 따라 3단계 정도로 구분하고 신규 확진자 수나 ‘깜깜이’ 환자 비율을 토대로 단계별 세부 기준을 확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거리 두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같은 여러 명칭으로 불렸다. 각 조치마다 요구하는 거리 두기 정도는 달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느 조치가 내려지는지 불분명했다.

 

이에 정부는 관련 부처와 논의해 새로운 단계별 거리 두기 지침을 재정비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효성이 떨어진 거리 두기 국민 참여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단계별로 명확히 해 다시 안내할 예정”이라며 “그동안은 상황에 맞게 대응해 온 측면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단계별로 기준을 재정비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연합뉴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 두기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3월22일부터 시행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1·2차에 걸쳐 4월19일까지 약 한 달 실시됐다. 이후 지난달 5일까지 지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 아래로 내려오며 마무리됐다. 현재는 이후 시작한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 체계다.

 

문제는 지난달 어린이날을 전후한 이른바 ‘황금연휴’ 기간부터 다시 확산하기 시작한 점이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해 서울 용산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물류창고나 방문판매업체 등 대면 확률이 높은 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던 할 신규 확진자 수는 크게 올라 30∼50명대를 오르내리게 됐다.

 

종교 소모임이나 운동모임, 기타 동호회 등 방역당국의 선제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 집단에서도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자 박원순 서울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같은 일부 지자체장은 “거리 두기를 강화해달라”며 다시 방역조치 정도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경고에도 서울시내 음식점이나 카페 등 실내 시설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러 집단과 지역에서 감염증이 지속되며 지난달 29일 수도권에 내려진 방역강화 조치 후에도 주말 새 이동량은 조치 전의 95%를 상향, 조치 후 세 번째 주말인 지난 13∼14일에는 이동량이 직전 주말보다 오히려 2.3%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회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알려진 자동차 동호회 모임도 부주의와 함께 ‘불운’했다고 보는 의견도 일각에서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여의도 한강공원 주차장에서 가진 모임 후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실외 모임에 앞서 지난 8일 식당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모임을 가진 걸로 파악, 이때 감염됐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지난 25일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식당가 입주업체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소독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26일 서울시내 한 카페를 이용한 시민 정모(27)씨는 “밖을 다닐 때 마스크를 꼭 착용하긴 해도 식당이나 카페 등 실내 시설은 여전히 이용한다”며 “저도 먹을 때 마스크를 벗고 있는데 동호회 사람들도 비슷하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동호회 회원들이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저도 실질적으로 일상생활에 많이 복귀한 상황에서 그분들을 마냥 비판할 수 없었다”며 “저도 큰 모임에 나가지 않아도 일반 실내 시설 방문은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 또한 시민의 이런 피로도를 모르지 않으나 결국은 시민 개개인의 방역의식과 거리 두기 준수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현재 최대한 감염 확률을 억제하는 개인들의 노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호회 같은 소규모 모임을 방역당국이 제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생활방역은 어떻게 보면 국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방역수칙을) 잘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새로운 거리 두기 지침에 대해 “단계별 조치사항을 구체적으로 재정비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여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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