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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산 보건소 “유치원 측 자발적 식중독 신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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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6 22:02:55 수정 : 2020-06-26 22: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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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보건당국 늑장 대응 도마 위 / 유치원, 찐감자와 수박·우엉채조림 등 급식…“역학조사 진행 중”
지난 6월 25일 급식을 먹은 유치원생 등 100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인 경기 안산시 A유치원 입구를 다른 어린이들이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안산시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과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이 발생한 가운데 유치원과 보건당국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측이 첫 환자가 나온 뒤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며, 일주일이 지나서야 등원 중지(임시 폐원)가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26일 경기도와 안산시는 상록구 소재 A유치원의 집단 식중독 사고 관련 환자 중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을 보인 원생이 1명 추가돼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 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이다. 

 

이로써 A유치원과 관련한 용혈성요독증후군 증상 어린이는 15명으로 늘었고, 이 유치원의 식중독 사고에 따른 입원 환자도 23명(유치원생 20명, 원생의 형제·자매 3명)이 됐다. 이들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삼성병원, 서울대병원 등 9개 병원에서 분산 치료를 받고 있다. 다만, 증상이 악화해 신장투석 치료를 받는 어린이는 5명에서 1명 줄어 4명이 됐다. 

 

 

◆ “부모들의 이상증세 통보, 등원 중지 요청 유치원이 묵살”…보건소 “유치원 아닌 병원에서 집단 발병 신고”

 

이번 사태에 원생 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자신의 조카가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입원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투석 중인 아이 모습과 함께 글을 올렸다. 그는 “아이와 부모는 피를 말리는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며 “아이 엄마가 즉시 유치원에 이상증세를 통보하고 등원 중지를 요청했는데 왜 묵살했는지, (유치원 측이) 역학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할 음식 재료들을 왜 서둘러 폐기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A유치원은 음식물 무단 폐기로 관계기관으로부터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상태다. 

 

그는 “(유치원이) 바로 등원 중지를 통보했다면 (화장실 공동 사용으로 인한) 가족 간 전염을 줄일 수 있었다”며 “피해 아동 가족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밝혔다. 

 

안산에 사는 5살 아이를 둔 엄마라고 밝힌 누리꾼도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해당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주말에 복통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더니 ‘장출혈성 대장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며 “어떤 음식을 먹여야 아이 몸에 투석하는 일까지 발생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또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원생이 늘고 그 원인이 유치원이었음을 보건소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며 분노했다.

 

A유치원 학부모들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에서 첫 환자 발병일은 알려진 것과 달리 지난 16일이 아닌 12일이다. 아이들은 처음 목이 붓고 열이 나는 증상을 보이다가 설사를 했다. 극심한 복통을 호소한 뒤에야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록구 보건소 측은 “유치원으로부터 먼저 발병 사실을 통보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16일 오후 2시 안산 고려대병원으로부터 (다수의) 식중독 어린이가 발생했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사태를 인지했다”면서 “이후 해당 유치원에 연락해 발병 여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보건소 측은 역학조사 과정에서 A유치원에서 12일 첫 환자가 발병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냈다며, 대장균 신속검사 뒤인 19일에야 유치원 등원 중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당국도 첫 인지부터 등원 중지까지 사흘이나 시간을 허비하면서 감염병 확산의 책임에선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듣는다. 본지는  A유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유치원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집단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 A유치원. 뉴스1

 

◆ 우엉채조림, 찐감자와 수박, 바나나 등 급식…“역학조사 진행 중”

 

한편 이날 오후 2시 기준 A유치원과 관련된 식중독 유증상자는 전날보다 2명 늘어난 102명이다. 보건당국이 A유치원 원생과 가족, 교직원 등 2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 출혈성 대장균 검사에서는 4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발병 열흘이 넘었지만 감염경로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역학조사 과정에서 유치원 측이 규정을 어기고 보관하지 않은 급식은 모두 6건으로 알려졌다. 궁중떡볶이, 우엉채조림, 찐감자와 수박, 프렌치토스트, 된장국, 군만두와 바나나 등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감염 경로 등을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정밀 조사 중”이라며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A유치원의 과거 비리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A유치원은 감사에서 교비 부정 사용(식사·교육 목적 외 사용, 영수증 미비) 등으로 12건이 적발돼 관계자들이 정직·감봉 등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교육부는 이날 질병관리본부, 식약처, 시·도교육청 관계자와 대책 마련을 위한 영상회의를 열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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