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를 내년 초 미·중 패권 경쟁이 불붙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군 고위간부를 인용해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사진)가 내년 3월쯤 아시아 지역에 작전배치 될 예정이며 미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의 합동 훈련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2017년 12월 취역한 퀸 엘리자베스는 오는 가을 시운전과 훈련 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퀸 엘리자베스는 길이 280m의 6만5000t급 디젤 추진 항모로 30억1000만파운드(약 4조6000억)가 투입돼 건조됐다. 미국 해병대 소속 F-35 스텔스 전투기들의 이착륙을 지원한다. 1600명의 병력과 수직이착륙 기능을 갖춘 F-35B 스텔스 전투기 36대를 비롯해 중형 대잠수함 헬기와 공격 헬기 등 함재기 50여대를 탑재할 수 있다. 10만t급에 달하는 미 해군 항모보다는 작지만 갑판 면적은 거의 비슷하다. 특히 함재기인 F-35B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J-20에 비해 성능이 월등하다.
퀸 엘리자베스의 아·태 지역 배치는 영국의 동맹인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합하는 것으로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을 견제하기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 수행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물론 일본, 호주, 캐나다 등과의 합동 작전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영국군 관계자는 이 신문에 “함대 한 척은 북대서양의 나토를 지원할 예정이니 나머지 다른 함대는 어디에 배치되겠느냐”며 “주요 무역거래가 이뤄지는 해역이자 중국의 위협이 증가하는 지역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함대지만 동맹의 의지와 임무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공군 중장 게리 메이휴는 “역내 ‘5개국 파워’는 대규모 영국군 합류를 반길 것”이라며 “방위협정을 체결한 5개국은 영국 함대 배치로 인한 공중과 해양에서의 작전 능력 향상에 매우 고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1971년부터 옛 식민지이자 영연방 국가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영연방 5개국 방위협정’(FPDA)이라는 공동 안보 협력체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내에서는 정부의 이런 결정이 중국의 무역보복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국립 경제사회 연구소(NIESR)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영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며 물가상승과 이자율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