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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집어 ‘부자증세’…정부 "사회적 연대 강화"

입력 : 2020-07-23 06:00:00 수정 : 2020-07-23 08: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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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
소득세 과세표준 10억 초과 구간 신설, 금융투자 기본공제액 5000만원 설정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은 상향 조정, 서민·중산층 세부담1조7688억 줄 듯

정부가 소득세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45%로 높이기로 했다. 주식투자 이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반면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대폭 끌어올리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를 한시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담세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세부담을 높여 위기극복을 위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부자증세’가 또 단행된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45%는 1995년(4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부자증세’ 시점이 코로나19 와중이어서 적절하지 않고 증세 대상도 적어 정작 소득재분배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종부세 인상을 포함한 세제 개편 등이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고 1주택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2020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에 ‘10억원 초과’가 신설되고 세율은 45%가 적용된다. 종전 38%였던 최고세율이 2017년 40%, 2018년 42%로 인상된 데 이어 다시 3%포인트 오르는 것이다. 과세표준이 30억원인 납세자의 경우 현행 세금은 12억2460만원이지만 앞으로는 6000만원이 늘어난 12억8460만원을 내야 한다. 적용 대상자는 1만6000명 정도이고 양도소득세를 제외하고 근로·종합소득세 기준으로는 상위 0.05%인 1만1000명이다. 이번 세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고소득자의 세부담은 1조876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2023년부터 상장주식과 주식형 펀드 등을 포괄하는 금융투자소득 개념을 도입하고 양도세율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적용하기로 했다. 과세의 기준이 되는 기본공제액은 5000만원으로 설정했다. 대신 증권거래세는 내년에 0.23%로 낮춘 뒤 2023년에 0.15%로 추가 인하한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비해 기본공제가 확대되고,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정부는 당시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기본공제를 2000만원으로 정하고,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는 2022년 0.02%포인트, 2023년 0.08%포인트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7·10 대책’ 등을 통해 발표한 주택 관련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개편안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그대로 포함됐다. 양도소득세 산정 때 분양권을 주택 수에 포함하는 것은 소급적용하지 않고 개정 소득세법이 시행된 이후 새롭게 취득하는 분양권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는 올해에 한해 30만원 확대된다. 따라서 총급여 7000만원 이하 소득자의 경우 한도가 30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는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부가가치세 납부를 면제해 주는 영세사업자 기준은 연매출 3000만원 미만에서 내년부터 연매출 4800만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한다. 세무신고가 간편하고 세금 부담도 줄어드는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도 연매출 4800만원 미만에서 연매출 8000만원 미만으로 바뀐다.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1조7688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수의 부자에게 쥐어짜내는 것으로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제한된다. 실제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라며 “소득세율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이 1만여명밖에 되지 않고 세수효과도 크지 않아 소득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기본 방향 등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세법개정안은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당정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경제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민생 안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법 개정 과정에서 공정과 효율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부세, 양도세 강화 등 주택시장 세제 개편을 이번 (7월) 국회에서 마무리하겠다”며 “한국판 뉴딜 뒷받침을 위한 신성장기술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에는 세액공제 비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득자·대기업 세부담 증대… 5년간 1조8760억 더 걷어

 

정부가 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은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완화하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을 강화하는 ‘서민 감세·부자 증세’가 큰 틀이다.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인상을 포함한 7·10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에 더해 소득세 과세표준에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며 최고세율을 끌어올린다. 2018년, 10년 만에 인상했던 종부세 최고세율을 2년 만에 또 다시 인상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세제개편안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을 2%포인트 올린 데 이어 또 다시 3%포인트를 끌어올리며 ‘부자 증세’ 기조를 이어간다.

 

◆“코로나19 피해 저소득층 집중… 고소득자 증세 불가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정부는 많은 고심 끝에 사회적 연대와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자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하려 한다”고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 과표 ‘5억원 초과’에 42% 최고세율을 ‘5억∼10억원 이하’, ‘10억원 초과’ 구간으로 나누고, 5억∼10억원 이하는 42%, 신설하는 10억원 초과 구간은 세율을 45%로 인상한다. 기재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과표가 30억원인 근로소득자나 종합소득자의 소득세는 현행 12억2460만원에서 12억8460만원으로 오른다.

 

10억원 초과 과표 구간 적용 대상자는 2018년 귀속 기준을 1만6000명 정도, 세수 효과는 9000억원 수준이다. 양도소득세를 제외하고 근로·종합소득세 기준으로는 1만1000명으로 상위 0.05%에 해당한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감소하고 분배 지표도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세부담을 강화하는 일종의 ‘사회적 연대 강화’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기재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6개국 중 우리나라의 현재 소득세율 수준은 14위 정도이고, 이번 인상을 반영하면 7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법개정 세수 효과 676억원… 정부 “증세 아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라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은 1조8760억원이 늘고,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은 1조7688억원 줄어든다.

 

세수 증가는 종부세 세율 인상으로 9000억원, 소득세율 인상으로 9000억원이 늘고, 이번에 새로 도입하기로 한 주식 양도소득 과세 확대로 1조5000억원이 증가한다. 반면 증권거래세율 단계적 인하로 2조4000억원,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5000억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금액 상향으로 5000억원 정도의 세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전년도’를 기준으로 하는 ‘순액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세수 효과는 676억원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은 올해 대비 54억원 늘고, 2022년은 전년보다 3332억원, 2023년은 전년 대비 -9126억원 등으로 2025년까지 5년간 전년 대비 증감을 더했을 때 세수가 약 676억원 는다.

 

전년도가 아닌 ‘올해’를 기준으로 세수 총량을 계산하는 ‘누적법’ 기준으로는 2021∼2025년 5년간 약 40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를 낸다. 증권거래세 인하와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한시적 확대 등의 영향이다. 누적법에 따른 세목별 세수 효과를 보면 소득세는 6조5128억원, 종부세는 4조1987억원 각각 늘어나는 반면 증권거래세는 7조8252억원, 법인세는 3조1568억원, 부가가치세는 1조6267억원 각각 준다. 정부가 이번 세법개정안을 두고 거듭 ‘증세’가 아닌 ‘세수 중립에 가깝다’고 강조하는 근거다.

 

◆전문가 “증세 방향은 맞지만 시점은 부적절… 과세 대상 넓혀야”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이 더 필요한 건 맞는데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증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증세를 하면 경제에 마이너스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1년이나 2년 후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그때 정부가 잘 판단해서 증세를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상위 1%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라 고소득자나 고자산층에 대해 과세하는 건 전반적인 재분배, 형평성 측면에서는 맞다”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 복지를 확장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면 과세 대상을 (중산층으로까지)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종부세를 부과하고 양도소득세까지 과도하게 부과하면 결과적으로 거래를 위축시키는, 시장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득이 없는 은퇴 1주택자 등의 경우 상당히 부담을 느끼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우상규, 박영준 기자, 곽은산·이희진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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