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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개 짓는 데 26조 들였지만… 매년 평균 10억대 적자 [혈세 축내는 공공시설]

입력 : 2020-07-27 06:00:00 수정 : 2020-07-26 20: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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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복지’ 명목 시설당 337억꼴 투입
지을 땐 국비 등 지원 받을 수 있지만 운영비용은 전액 지자체 예산서 부담
무분별 건립에 해마다 적자 ‘눈덩이’ “적정 수준으로 건립 유도해야” 지적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의 적자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각 지자체가 주민들의 생활·여가복지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며 국비와 자체 예산 등을 끌어모아 지은 공공시설 상당수가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시설의 공공성을 감안해도 운영 적자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혈세 낭비가 심하다. 이 중에는 애당초 사업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정밀하게 따지지 않은 채 지역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이 ‘치적용’이나 ‘선심성’으로 밀어붙였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적지 않다.

◆평균 건립비 337억원, 운영수지 적자는 11억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통합 공개 사이트인 ‘지방재정365’에 있는 각 지자체 공공시설(건립비 기준 기초·광역 각각 100억원·200억원 이상)의 개요와 운영비용, 수입현황 등을 분석해 최근 ‘이슈 브리핑’ 형태로 자료를 냈다. 지방재정365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지역 공공기관들의 재정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데 모아 놓은 사이트다.

지방행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793개 공공시설을 짓는 데 들어간 돈은 무려 26조7200억원으로, 시설당 평균 337억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이들 시설 대부분이 해마다 큰 적자를 기록하며 운영난을 겪고 있거나 심지어 지역 주민들에게조차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안동 유교랜드

사정이 이런데도 공공시설이 무분별하게 늘면서 2014년 4849억원(599곳) 수준이었던 지자체 공공시설 적자 규모는 2015년 6038억원(648곳), 2016년 6874억원(684곳), 2017년 7663억원(730곳), 2018년 8410억원(793곳)으로 급증세다.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공공시설 운영적자를 감당하느라 허덕일 수밖에 없다. 덩치가 큰 건립비는 그나마 국비 등의 외부 지원을 받지만 시설 운영비는 고스란히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2018년 공공시설당 평균 운영수지 적자는 10억6100만원으로, 2014년(8억1000만원)보다 31%나 늘었다. 이는 특히 건립비가 많이 든 시설들만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어서, 기초·광역 각각 100억원·200억원 미만 공공시설들의 운영 실태까지 감안하면 해마다 적자 규모는 1조원을 거뜬히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용인 아르피아 타워

하수종말처리장 위에 스포츠센터와 아트홀, 전망대가 들어선 경기 용인의 ‘아르피아 타워’는 2012년 개장 당시 대형 오피스텔을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국내 유수의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김학규 전 용인시장이 지역 랜드마크를 표방하며 추진한 것인데 관람객이 뜸한지 오래됐다. 용인시 죽전동 주민 최모씨는 “이곳에 전망대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공공시설은 우선 해당 지역과 인근 주민들이 적극 이용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하니 유지·관리 비용만 자꾸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와 해당 시설은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마련해 제공하고 홍보활동도 열심히 해서 주민들이 자주 찾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복지와 경영 합리화의 절충점 찾아야”

이들 공공시설에 대한 투자가 수익 극대화가 아닌 지역 복지 차원에서 제공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014∼2018년 매년 50억원 이상의 운영 손실을 기록한 공공시설들의 면면을 보면 그럴 만하다.

 

광주·인천·울산·대구문화예술회관과 서울역사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대구오페라하우스·부산시립미술관·군포중앙도서관 등 21개 시설은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광주문화예술회관

강동구의 한 관계자는 “강동아트센터에서는 다른 공연장에서 최고가 57만원에 판매된 오페라 ‘라보엠’ 티켓을 6만원 이하로 판매하는 등 지역주민을 위한 예술복지 차원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한다”고 항변했다. 이 아트센터는 2010년 건립 추진 당시 ‘재정상 무리한 사업’이란 논란과 함께 2012년 입찰비리 사건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광주문예회관을 직영하는 광주시 측도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는 지방에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서는 문예회관과 (인건비가 많이 들지만) 상임예술단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시설의 특성상 어느 정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 규모가 작지 않은 데다 설립 취지도 제대로 못살리는 시설은 애당초 신중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충주공예전시관

2010년 국비 등 15억원을 들여 지은 뒤 적자를 면치 못하다 2015년 운영이 중단된 충주공예전시관은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충주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했던 중원문화재단 관계자는 “공예관의 접근성도 좋지 않고 대규모 행사나 이색 프로그램 진행이 어려워 수익도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경북 포항시가 60억원(국비 15억, 도비 20억, 시비 25억원)의 혈세를 들여 남구 연일읍 형산강변에 조성한 야외물놀이장도 추진 당시 논란이 됐다. 장마철이나 태풍이 올 때 침수가 잘되는 곳에다 여름에 한시적으로 운영될 시설을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경북 칠곡에 있는 야외수영장보다는 예산이 덜 들었고 1년에 몇 번 침수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설물을 연중 사용할 수 있는 방편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지방행정연구원 여규동 부연구위원은 “향후 지자체가 추진할 공공시설의 경우 사전에 객관적인 타당성 평가를 거쳐 부적절하면 추진하지 못하게 하거거나 적정 수준의 건립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 시설들도 운영수지 나 이용률 제고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광주·용인=한현묵·오상도 기자, 전국종합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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