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축내는 공공시설 10곳중 9곳 적자 허덕
지자체시설 793곳중 흑자 8%뿐
안동 유교랜드·광주 문예회관 등
수백억 들여 짓고도 애물단지로
“저 건물이 400억원 넘게 들었다고 하던데 찾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유교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경북 안동시에 자리한 유교랜드에 대한 시민 김모(55)씨의 평가는 박했다. 유교랜드는 안동시가 유교문화 관련 테마파크형 체험센터를 표방하며 2013년 6월 문을 연 대표적인 공공시설이다. 성곡동 일원에 조성된 안동문화관광단지의 핵심 시설로 연면적 1만3349㎡,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사업비로는 국비 등 무려 430억원이 들어갔다.
의욕은 야심찼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입장객이 당초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면서 개관 이래 줄곧 적자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해 9억∼10억원 정도로 예상한 입장수익은 실제 2억∼3억원에 그쳤다. 최근 3년 동안 적자폭은 2017년 9억4000만원, 2018년 10억원, 2019년 11억원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그만큼 안동시의 재정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시 인구 16만명, 재정 자립도가 14% 정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유교랜드가 혈세를 잡아먹는 애물단지처럼 된 셈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입장객이 기대만큼 많지 않은 데다 근무인력 18명의) 인건비 상승 등 지출액도 커지면서 적자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유교랜드 위탁운영을 맡은 경북도관광공사는 인근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관람객 유치에 나서고 있으나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문화예술의 도시 광주광역시도 비슷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북구에 있는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세금 먹는 하마’로 통한다. 지난해 운영 예산만 326억여원인데 모두 시비로 충당한다. 광주문예회관의 지난해 수입은 공연장 대관 3억3500만원과 시립예술단 티켓판매 6억8200만원을 합쳐 10억1700만원에 그쳤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적자는 210억원에 달한다.
유교랜드나 광주문예회관과 동병상련의 공공시설은 전국에 널려 있다.
26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방재정365’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건립비 일정 규모(기초 100억원, 광역 200억원) 이상 문화·체육·복지·기타 공공시설 793곳 중 비용 대비 수익(순수익)이 ‘플러스’(흑자)인 공공시설은 고작 92곳(8.6%)이다. 지자체 공공시설 10곳 중 9곳 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운영비를 대는 이들 공공시설의 전체 비용 대비 수익을 감안한 적자규모는 2018년에만 모두 8410억원에 달했다. 2014년 4850억원(599곳) 등 2018년까지 5년간 분석 대상 공공시설의 적자규모를 합치면 3조3835억원으로 연평균 6767억원이나 된다.
문재인정부가 올해부터 2022년까지 48조원을 투입해 추진키로 한 ‘생활SOC(사회간접자본)’사업의 한 축은 공공체육·문화시설이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세금 먹는 공공시설이 널려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공공체육·문화시설을 확충할 때 사업별 타당성 여부를 정밀하게 따져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민섭 기자, 안동=배소영 기자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