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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형사1부장이 그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의 허락을 받고 변호사에게 전화하기 위해 휴대전화 암호를 푸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이 암호를 풀면서 정보 등을 삭제할 가능성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정 부장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기로 했다. 한 검사장은 어제 입장문을 내고 “압수수색을 방해·거부한 사실이 없다”면서 “수사팀 일부가 죄송하다는 뜻을 표시하는 장면 등이 모두 녹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검이 감찰에 나섰지만 수사팀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앞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내렸지만 수사팀은 슬그머니 수사를 재개했다. 납득할 만한 해명도 없이 대놓고 수사심의위의 존재를 무시한 처사다. 고작 유심 하나에 부장검사 등 수사팀이 대거 나선 저의도 의심스럽다.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삭제를 막으려 했다는 논리도 궁색하다. 수사팀이 지켜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데이터를 없앤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검찰이 자랑하는 ‘포렌식 기법’은 허수아비란 말인가.
한 검사장 측은 감찰 대상이 된 정 부장이 수사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언론에 응급실 입원 사진까지 공개한 정 부장이 하루 만에 출근한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이번 사건은 전후 사정을 떠나 검찰조직을 흔드는 하극상이자 추미애 법무장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등에 업은 수사팀의 월권행위다. 막장 검찰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검찰 소환 직전에 갑자기 변호인 입회까지 막았다고 한다. 피의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이미 두 차례 조사에 참여했던 변호인을 배제한 건 위법이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수사팀이 무리한 수사를 자인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검찰이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증인도 많고 CCTV도 있다니 시시비비는 곧 가려질 것이다. 서울고검은 공정한 감찰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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