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경찰은 통제장치 필요
검찰 정권비리 수사 무력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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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어제 국가정보원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국내 정치 관여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국정원 직무범위에서 대공수사권도 삭제하기로 했다. 당정청은 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고 경찰과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이 중요한 수사절차에서 의견이 다를 경우 사전협의를 의무화하고, 경찰 개혁과 관련해선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정청은 ‘권력기관 권한의 균형 있는 분산과 민주적 통제’가 개혁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이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 의문시된다. 21년 만에 명칭이 변경되는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기로 한 것부터 우려를 낳는다. 국정원의 무력화를 가져오고 안보 대처 능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외 방첩망 없이는 간첩수사가 반쪽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대공사건은 직파 간첩보다는 제3국 유입 사례가 많은데, 해외정보망이 부족한 경찰이 이에 대처하기 힘들 것이다. 대공수사와 함께 움직이는 대공 정보 업무를 놓고 국정원과 경찰 간 줄다리기도 예상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려면 대안을 확실히 마련한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개혁안이 시행되면 경찰 권한은 크게 확대된다. 방대한 조직을 갖춘 경찰이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되면 검찰과 국정원을 대신하는 무소불위 권력기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숙제로 남게 된다. 과거 국정원처럼 정보와 수사를 한 기관이 독점하면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까지 생긴다. 그런 만큼 유명무실한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등 국민에 의한 경찰 통제 방안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당정청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사의 1차 수사개시 분야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6개 분야로 한정했다. 공직자의 경우 4급 이상만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실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직자 범죄의 경우 상급자 지시에 의해 하위 실무자가 저지르거나, 하위 실무자의 범죄행위를 상급자가 묵인·방조하는 식으로 위아래가 함께 연루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3급 이상의 연루·공모·가담 등은 인지·확인해도 수사할 수 없고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겨야 한다. 이는 정권비리 수사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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