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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인사들의 전·월세 관련 궤변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공감능력 결여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임대차 3법이 너무 빠른 전세 소멸을 초래해 전세대란이 온다”는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진단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매우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어제는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 전세 세입자가 월세로 전환하는 이유는 전셋값 급등을 감당하지 못해서가 대부분이다. 전세 살던 세입자가 월세로 전환하면 부담이 백배다. 전세의 주거비는 자기 소득의 10% 수준이지만, 월세는 25%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시장에선 전세 물량도 급감하고 있다. 어제 서울시의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달 아파트 전세 계약은 6304건으로, 201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집값 상승률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때의 2배가 넘는다. 경실련이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서울 아파트값 상황은 수습 불가능한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서울 부동산 문제는 위험수위에 육박했다.
여권 인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윤 의원 발언에 대해 “눈을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없이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것, 그쪽에서 귀한 사례”라고 비꼬았다. 설득력 있는 비판조차 경청할 생각은 하지 않고, 꼬투리만 잡으려 하는 것이다. 심지어 김태년 원내대표는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는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정책 때문”이라며 “민주당과 정부는 투기 세력과 결탁한 정책 흔들기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집권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과거 정권 탓, 투기세력 탓을 하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오죽하면 범여권인 열린우리당 주진형 최고위원조차 “불만을 엉뚱한 데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했겠는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시장에 반하는 ‘오기 정책’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 여권은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입법을 모두 마무리한 뒤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한다. 이번 대책에는 기부채납을 받고 재건축 단지에 주택 수를 최대 3배까지 늘려 지을 수 있게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주택공급 대책마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시장 혼란은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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