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도구 씻고, 토사 쓸고, 쓰레기 치우며 온몸 ‘땀범벅’
“물이 10분도 안 돼 집에 들이닥쳤어요. 금세 허리까지 차서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전국이 큰 수해를 입은 지난 7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동막리. 우리나라 최북단 접경지역인 이곳은 수백㎜ 물폭탄에 특히 피해가 컸다. 복구 작업을 돕기 위해 마을을 방문한 하나님의 교회 신자들 손을 붙든 어느 어르신은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과거 숙박업을 했다는 이 어르신의 집은 큰 방만 7칸이었다. 여기에 수십 년 동안 쌓인 그릇과 집기류, 침구류 등이 모조리 침수 피해를 입었다. 망연자실해 하는 어르신을 위로하며 봉사자들은 온종일 그릇과 집기, 옷가지, 침구류 등을 일일이 세척했다. 집 안팎 여기저기 쌓인 쓰레기와 토사도 분주히 치웠다. 복구 작업에 투입된 한 군부대 관계자는 봉사자들의 열성적 태도에 감명을 받았는지 휘하 장병들한테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지원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철원은 최근 열흘 동안 내린 비가 지난 한 해 강수량보다 더 많았다. 한탄강이 범람해 민통선 인근 4개 마을의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하고 수백명이 대피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동막리의 경우 90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0가구가 수해를 입었다.
문제는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라서 복구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하나님의 교회 봉사자들이 피해 주민들과 아픔을 나누고 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봉사자들의 손길은 지난 13일 전북 남원시와 전남 곡성군으로도 이어졌다. 두 지역 모두 기록적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전북권 신자 260여명이 참여해 쓰레기와 토사로 뒤범벅된 집 안팎을 오가며 온갖 폐기물과 쓰레기들을 치웠다. 또 침수된 가재도구와 가전제품 등을 들어내 일일이 씻었다. 한편에서는 수북이 쌓인 토사와 진흙더미를 삽으로 퍼내 옮겼다.
“섬진강 제방 앞에 논이 있어 모종을 보러 가던 중이었는데 제방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쳐다보던 그 순간 눈앞에서 제방이 터졌어요.”(남원시 송동면의 한 주민)
“새벽 3시 밖에서 큰 바위가 굴러 내려오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깼어요. 산사태가 난 거죠. 바위와 토사가 집안까지 밀려들어와 급히 피했어요.”(남원시 대산면의 한 주민)
“출하 직전인 멜론을 다 버렸는데, 땅이 좋지 않아 다시 심을 수도 없네요. 팔십 평생 이런 큰 재난은 처음입니다.”(곡성군의 한 주민)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에 임하는 봉사자들의 온몸은 금세 땀으로 흥건해졌다. 피해 주민들의 하소연을 직접 들으니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조차 죄송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인지 집주인이 건네는 시원한 냉수 한 컵에 목을 축일 때조차도 손에서 연장을 놓지 않았다.
봉사자들이 찾아간 어느 집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급한 대로 가재도구를 씻고, 가전제품을 닦고, 집안 벽면과 바닥을 물로 세척하며 걸레질을 했다. 침수된 도배지와 장판을 걷어내고 집안 구석구석을 말렸다.
이 모습을 지켜본 노년의 집주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집뿐 아니라 논과 하우스에 가득했던 쓰레기까지 깨끗하게 치워진 모습을 보고는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느님의 교회 관계자는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서로 돕고 격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감염 예방과 지원에도 적극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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