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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인의 ‘편두’, 죽음을 무릅쓴 성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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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30 10:24:14 수정 : 2020-08-30 16: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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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예안리 고분에서 출토된 편두 인골

독일에서 발굴된 두개골은 먼 옛날 지구에 살았던 외계인 존재의 증거인 것만 같다. 머리 꼭대기가 산처럼 길게 솟아 있어 사람의 그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고대 동유럽에서 유행했던 두개골 변형의 증거다. ‘편두’(褊頭)라고 불리는 풍속. 유아기 때 나무나 돌, 천 등을 머리에 둘러 두개골을 인공적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헝가리, 독일 등에서 발견되는 편두는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일대에 거주했던 훈족이 4세기경 이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확산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기괴할 하지만 편두는 먼 옛날 세계 각지에서 유행한 풍속이었고, 고대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돌로 머리를 눌러 편평하게 만들기 때문에 지금의 진한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편평하다.”

 

중국의 사서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전하는 내용이다. 문헌의 기록으로만 전하던 이런 사실은 1970년대 경남 김해의 예안리 고분(사적 261호)에서 인골이 출토되면서 실물로 확인됐다. 212기의 묘지가 확인된 예안리 고분군 인골은 210개체. 이 중 10개체가 편두이거나 혹은 편두의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김해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가야 사람 풍습: 편두(2019 가야학술제전 학술총서)’는 편두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며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두개골 변형은 신생아일 때 시작된다. 세계 각지 편두의 분석 결과를 보면 생후 5∼7개월, 심지어 1개월도 안된 영아의 두개골에서도 머리를 감쌌던 붕대의 흔적이 확인됐다. 뼈가 자리를 잡기 전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1주일에서 3개월 정도 10∼20회 정도 반복했다고 한다.   

 

한국의 편두 연구에 단초를 제공한 예안리 고분의 10개체 편두 인골 혹은 편두 의심 인골은 4세기 대의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2개체, 여성이 8개체(유아 1개체, 10대 1개체, 20∼30대 2개체, 40∼50대 4개체)이다. 

 

김해 예안리 고분에서 인골이 출토된 모습. 

이 중 편두가 확실한 것은 85호, 99호분에서 나온 2개체이다. 모두 머리 앞부분에 압박을 가해 편평하게 한 형태다. 책은 “예안리의 편두 방식은 전두부에 집중되어 시행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전두부에 납작한 돌이나 평편한 판을 올려서 압박을 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경우는 아무런 고정 장치 없이 돌을 올려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시행 가능한 시점은 아기의 활동이 많지 않은 출생 후 1개월 전후로 짧은 시간 동안 수차례 반복하며 만들어낸 결과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해 예안리 고분군

당시 사람들은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편두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각지의 고고학적 성과를 종합해도 분명한 답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고대 한반도의 경우에는 확인된 편두 사례가 매우 적어 더욱 그렇다. 다만 몇 가지의 추론은 제시된다. 

 

우선 성형의 일종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편두 인골이 여성의 것이 많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차별화된 신분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틸리야 테페 고분군에서는 변형된 두기골 위에 화려한 금관을 쓴 상태인 20대 여성의 뼈가 출토된바 있다. 금관 외에도 허리띠와 금제 장신구 일체를 착용한 상태였다. 그러나 편두가 나온 예안리의 고분에서는 특수한 신분이나 지위를 상징할 만한 부장품, 착장품이 확인되지 않았다. 주술이나 의례를 위한 것이라는 추론도 제기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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