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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차 대전 직전 영·독 '건함경쟁'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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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18 12:00:00 수정 : 2020-09-18 11: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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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력 증강계획 발표에… 中 “핵심지역서 미군 격파 자신감 가져야”
미국 해군이 보유한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왼쪽)과 니미츠 항공모함(오른쪽)이 남중국해 해역을 나란히 순항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미국 국방부의 미래 해군력 증강계획 발표에 중국이 군현대화 계획을 더욱 단호히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20세기 초 영국과 독일의 ‘건함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제국 영국과 신흥강자 독일의 피 말리는 건함경쟁은 1차 대전 발발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사설에서 “미국과 세계패권을 놓고 경쟁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핵심이익과 관련된 지역에서는 중국군이 미군을 격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중 겨냥 미래 해군력 증강계획 발표···현 293척 함정을 355척으로 확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7일(현지시간)은 미 해군력 증강계획인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미래로 향해)’를 소개하고, “미 해군력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현재 293척의 함대 함정을 355척으로 확대하는 ‘게임체인저’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캘리포니아주 랜드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번 계획은 함대가 고강도 전투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고, 전력투사나 원거리에서의 정밀타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언론은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력 위협에 맞서 미 해군의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AFP 통신은 특히 “중국의 점증하는 해상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 해군력을 무인 및 자율함정과 잠수함, 항공기로 보강하는 ‘야심 찬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중, “핵심 지역서 미군 격파 자신감”···2035년 군사현대화 완성에 자동차 찍듯 군함 건조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의 인접해역 즉 중국의 핵심이익을 우려하는 지역에서 미 해군은 점차 우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들 지역에서 미군을 격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2017년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2035년 국방과 군 현대화 계획을 완성하고, 2049년에 미군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의 일류 군대 건설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은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에 이어, 독자건조 항모인 산둥함을 2919년 실전 배치해 쌍항모 시대를 열었고, 이미 3번, 4번 항모를 동시에 건조 중이다. 앞으로 4척을 추가 건조한다는 계획인데, 6척의 항모를 실전 배치하게 되는 2035년쯤에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미 해군 전력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2000년 이후 항모·구축함·프리깃함 등 함정 건조능력도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 같은 기간 중국의 해군함정 건조 속도는 미 해군 함정 건조 능력의 배를 넘어 섰다. 일각에선 자동차를 찍듯이 배를 건조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국 해군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 5만8900t의 함정을 건조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부터 13만3900t(2009∼2011년), 24만7500t(2012∼2014년), 37만4200t(2015∼2017년)으로 함정 건조 능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2017년 같은 기간 미 해군 건조 함정 t수(18만1300t)의 배를 넘는다.

 

콜린 코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교수는 “미 국방부의 해군전력 증강계획은 중국 군사현대화 계획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단지 이같은 군사현대화 계획을 더욱 단호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확신을 더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

◆20세기 초 영국과 독일 건함경쟁이 결국 제1차 세계대전 비극으로 귀결

 

19세기 전세계 해군력에서 독보적인 우월함을 유지했던 대영제국은 20세기 초 신흥강자인 독일의 추격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유럽 대륙 ‘힘의 균형’ 유지가 어려워지자 결국 프랑스로 기울어졌다는 분석은 잘 알려져 있는 제1차 대전 발발 원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1890년대부터 시작해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14년까지 이어진 양국 간 건함경쟁은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 간주되고 있다. 

 

당시 영국 해군은 세계 최강이었다. 영국은 해군력에 ‘2강 기준(two-power standard)’원칙을 세우고, 다른 경쟁국에 비해 해군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2강 기준 원칙은 세계 2·3위 해군력을 보유한 국가의 전력보다 더 많은 전력을 유지한다는 원칙이다. 

 

실제로 1902년 기준 영국이 보유한 전함의 총t수는 106만 5000톤으로 당시 2, 3위국인 프랑스(49만9000t)와 러시아(38만3000t)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러나 해외 식민지를 갖고 싶은 후발 국가인 독일은 영국 해군에 맞서야만 다른 유럽제국도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1904년까지 1차 해군력 증강 계획에 나섰다. 이후 2014년 1차 대전 직전까지 이어진 양국간 건함경쟁은 대영제국을 한없이 피곤하게 만들었다. 독일도 영국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1차 대전 직전 약 2척 당 1척 정도로 따라 붙게 됐다. 그러나 전 세계 곳곳에 함정을 파견해야 하는 영국과 달리 독일은 전력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 승산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이같은 군사력에서의 전력 격차가 줄어든 것이 영국의 불안감을 부추겼고, 독일의 자신감을 극대화시켜 결국 1차 대전이 발발하게 되는 한 원인이 됐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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