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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색다른 공약을 하나 내놨다. “2025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이 있는데 그걸 2020년까지 앞당기려 한다.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 달 탐사 계획은 2007년 노무현정부 때 처음 세워졌다. 달 궤도선은 2020년, 착륙선은 2025년 쏘아올린다는 내용이었다. 2013년 박근혜정부는 궤도선은 2018년까지, 착륙선은 2020년으로 일정을 당겼다. 대선 공약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2017년 문재인정부는 궤도선 발사를 2020년, 착륙선은 2030년으로 다시 늦췄다.

달과 지구의 거리는 38만㎞이다. 심우주(深宇宙)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 연구인 달 탐사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각도가 0.1도만 차이 나도 원래 목표했던 달에서 600㎞ 이상 떨어지게 된다. 지금껏 달 궤도선을 보낸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정도다.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국가 간 달 탐사 경쟁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최근 몇 년 새 유인 달 탐사 계획을 밝힌 상태다.

우주 선진국이 앞서가는 사이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며 좀처럼 진척이 없다. 2016년 본격 시작한 달 탐사 사업은 당초 올해 궤도선을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매번 정책이 바뀌고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수차례 발사가 연기됐다. 며칠 전 우주개발을 담당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궤도선을 2022년 8월쯤에 발사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책연구기관인 항우연의 노조가 최근 상급기관인 과학기술부의 국·과장급 등 공무원 3명을 “직무를 유기해 달 탐사 사업 진행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왔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고 한다. 이에 과기부 측은 “항우연 내부 이견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달 탐사 사업이 감독기관과 사업추진기관 간 진흙탕 싸움으로 확산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때마침 추석이다.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우리나라도 하루속히 달에 탐사선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해야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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