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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본 日 여성들 “선택 강요, 어쩜 이리 똑같나”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20-10-19 15:18:11 수정 : 2020-10-19 17: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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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일본 영화관에서 개봉한 ‘82년생 김지영’ 마이니치신문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이제는 ‘K문학’이 ‘K팝스타’인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못지않게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동명의 소설 원작인 이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다루지만 일본 신문은 “여성에게만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 영화”라고 평가했다.

일본어 번역본 소설이 21만여 부가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여성들이 직면하는 ‘삶의 괴로움’을 그린 영화로 지난해 한국 여성들의 큰 공감대가 이뤄져 약 130만명이 이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기는 한류가 한창이던 지난해 일본에 전해져 일본어 번역본 소설의 경우 21만여 부가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한국 문학 작품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큰 인기를 얻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유일하게 높은 열독률을 보이는 혐한서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후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지난 9일 일본에서 개봉해 한류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어쩜 이리 똑같나”

 

18일 마이니치신문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개봉 소식과 함께 주 관람객인 여성들의 목소리와 페미니즘 작가의 말을 전했다.

 

이날 신문에 따르면 극 중 ‘김지영의 삶이 일본 여성들의 삶과 닮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 사회 속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지만 무대나 등장인물이 한국일 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일본 사회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고 지금껏 이어진다는 이유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 남성 중심의 사회였다. 지금은 이러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남녀평등이 요구되지만 뿌리 깊은 남성 중심 문화는 여전하다는 문제 의식도 나온다.

 

영화 속 김지영은 남편과 어린 딸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다. 그는 어렸을 때 남자 형제보다 존중받지 못했고 결혼 후 육아에 쫓기는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지금 일본 여성들의 삶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감추지 못한 한 40대 여성 직장인은 “이해되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며 “한국과 일본의 명절 모습과 어머니 세대의 여성들이 출산 후 최소 3년은 일을 쉬라고 요구하는 등 오래된 규칙에 억눌린 모습”이라는 감정을 전했다.

 

다이쇼대학 다나카 유키 남성학 교수는 “영화 속 남편이 파란 셔츠를 찾는 장면에서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느꼈다”며 “지영을 돕고자 하는 남편의 모습은 자상하지만 세제를 보충하거나 더러운 곳 청소 등 가정 내 세세한 일들은 전부 지영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남편이 아내를 돕지만 여성이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한편 영화를 보게 된 남편은 아내에게 원치 않는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앞선 여성의 남편이 “우리 부모님은 비교적 현대적인 인식을 가진 분이다”라고 말하자 여성은 “남편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은 밖에서 일하고 있는데 집에서 집안일 정도는 해야지’라는 핀잔을 들은 적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영화에서도 지영의 시어머니가 비슷한 말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이 여성에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선택의 강요”

 

신문은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라는 성별에 따른 역할 분담이나 남녀의 임금 격차, 육아 여성의 사회활동 등 부부를 둘러싼 과제는 한일 공통이라고 지적했다.

 

스위스의 싱크 탱크가 지난해 발표한 ‘성별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108위, 일본은 121위로 하위권에 머물렀고 일본 상공 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 전국의 중소기업의 70.9%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남성의 육아 휴직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이와 관련 페미니즘 전문 출판사 대표는 “일본에서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이 지금도 많다”며 “가정 또는 직장 등 인생의 선택을 강요받는 여성이 많다. 일상에 녹아든 성차별을 시각화해 준 것이 이 작품이다. 영화는 여성이 살기 힘든 건 자신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고 해석했다.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라는 생각 속에 가정이나 사회에서 육아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특히 여성들의 재취업을 도울 수 있는 남편들마저 ‘육아휴직을 반대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여성이 원했던 것과 다른 현실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픽션인 영화지만 일본 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큰 듯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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