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관련 범죄 삭제, 부패범죄로 한정
공수처 검사 기소권 부여 조항도 없애
주호영 “공수처·특검·靑 특별감찰관 지명
민주당, 野의 ‘시간끌기용 전략’ 의구심
“필수조항 삭제된 식물법안… 철회를”
투자자 명단 공개 유상범 윤리위 제소 추진
국민의힘이 2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대상과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자체적인 공수처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는 26일까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으면 야당을 배제시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최후통첩에 독자 법안으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법에서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개정하고 공수처를 출범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날 발의한 개정안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 ‘직무 관련 범죄’를 삭제하고 이를 ‘부패 범죄’로 한정했다. 포괄적인 수사 대상을 빌미로 편향적인 고위 공직자 사찰을 벌일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공수처 검사의 기소권도 삭제했다. 판사와 검사처럼 헌법적 근거가 없는 공수처 검사에게 기소권을 주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방향과도 모순된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나 경찰을 상대로 한 공수처의 ‘범죄수사 강제 이첩권’과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재정신청권’도 없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유상범 의원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에 대한 국회 차원의 재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추가 개정안을 발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장 인선에 속도를 내려는 민주당을 상대로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연일 촉구 중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 기회에 공수처도 발족하고 라임·옵티머스 특검도 하고 청와대 특별감찰관도 지명하고 북한인권재단 이사도 임명해 공백이 없도록 하자”며 동시에 제안했다. ‘특별감찰관 지명을 먼저 하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특검 등과의 ‘병행 처리’ 방향으로 노선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막바지 준비 중인 특검 법안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발의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의혹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협조하라고 지시했고 야당 정치인 연루 의혹도 나왔으니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시간 끌기’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이 오는 26일까지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는다면 27일 바로 법사위 제1소위를 열어 ‘여야 교섭단체 2명씩 선임’을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는 공수처법 개정안 논의에 들어간다는 입장 역시 그대로다.
신영대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필수조항을 삭제한 식물 법안”이라며 “이제라도 법안을 철회하고 특검 주장 대신 민생 국회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법사위 소속 박범계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럴 줄 알았죠. 너덜너덜 공수처, 빌 공(空) 자 공수처”라고 썼다.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의 특검 도입 요구에 대해 “보통 특검 논의를 하는 데 한 달 정도 소요된다. 준비하는 데도 한 달 줘야 하고 심지어는 더 걸리기도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만약 그때까지 간다면 공수처에서 수사하게 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법사위 국감에서 ‘정부·여당 인사가 포함된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라는 명단을 공개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한 아니면 말고 식”이라며 “잘못된 정치 행위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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