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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나EV 화재’ 적어도 2016년부터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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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2 14:14:48 수정 : 2020-10-22 17: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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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전동카트서 ‘배터리 발화’… 당시 화재로 72대 불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이어 전기차(EV)로 번진 ‘배터리 발화 사태’가 최소 2016년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 및 골프장용 전동카트에서다. ‘배터리 셀 발화→당국 원인 규명 실패→기업 간 소송→관련 산업 직격탄’의 사건 전개도 흡사하다. 그리고 이들 사건 중심에는 공교롭게도 LG화학 배터리 셀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 원인 불명의 배터리 발화가 국가 핵심산업인 전기차로 밀려들 때까지 개별 사안으로 치부하며 최악의 사태를 막을 기회를 놓쳐온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2016년 6월 경찰 내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한달 전 충주의 한 골프장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한 감정서에서 “전동카트 배터리 부위에서 최초 발화한 가능성이 있고 발화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논단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당시 화재로 전동카트 72대가 불타는 등 소방서 추산 9162만원(피해자 진술 45억6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외부에 알려진 전동카트 화제로는 처음이자 규모가 가장 컸다.

 

감정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일부 셀의 구리박막 중앙 부분이 천공(구멍이 뚫린)된 상태고 △셀 좌우 기판의 접속단자 수 곳에서 용융흔(녹은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유는 국과수도 밝히지 못했다. 화재 순간도 주목된다. 국과수는 “불꽃이 번쩍한 뒤 1분 이내에 연기가 급속하게 다량 유출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촬영돼 있다”고 기록했다.

 

최초 발견자는 경찰 조사에서 “타는 냄새가 나 충전 중인 플러그를 뽑고 배터리를 확인하기 위해 의자를 열자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많은 연기가 올라왔다”면서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갑자기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아 주변으로 번졌다”고 진술했다. “소화기란 소화기는 다 갖다 뿌렸지만 안 꺼졌다”고 한다.

 

이는 △셀 내부 원인 불명의 단락(합선)으로 열이 발생하고 △연기가 배출되다 폭발하듯 불타며 △특수장비가 없으면 전소될 때까지 진화가 어렵다는 점은 배터리 화재의 전형이다. 국과수도 매번 다 타 녹아버린 감정물로 원인 규명에 실패를 반복했다. 골프장은 LG화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팩 내에서 연막탄을 피워도 연기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셀 문제가 아니다’는 국내 1위 로펌의 논리를 수용했다.

 

한국야쿠르트가 겪은 곤란은 더 막심하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친숙한 이 기업은 2014년 카트를 도입했다. 물류 간소화로 매출을 늘이고 시대 변화에 맞춰 판매사원 이미지도 고급화하자는 취지였다. 전국에 1만여대의 전동카트를 운용 중이다. 2014∼2017년까지 TS글로벌이란 중소업체가 LG화학에서 제공받은 셀과 팩 기술로 카트를 만들어 한국야쿠르트에 납품했다. LG화학이 공급한 셀은 24만개 수준, 200억원 규모로 알려진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6년 5월 충주의 한 골프장에서 발생한 전동카트 화재에 대해 작성한 감정서 중 일부.

이 사안을 잘 아는 업계 한 관계자는 “방전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배터리가 부풀어 사용할 수 없었다”며 “배터리 팩 불량 등으로 발생한 비용만 월 수천만원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월 평균 150∼200건의 배터리 관련 컴플레인(불만)이 접수돼 거래를 끊고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이 때 공급된 카트에서는 지금도 간간히 화재 사고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화재 조사 결과 충전기 등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기술지원을 했다”며 “비공식 보상 등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한국야쿠르트도 “기존 제품을 쓸 때는 LG화학 셀과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등 주변 부품 조립사가 달랐는데, 이후 다른 셀 제조사가 어셈블리(결합품) 단위로 공급할 수 있다고 해 관리 간소화 차원에서 교체한 사실이 있다”며 “배터리 문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후 TS글로벌은 파산했다.

 

김광선 한국화재감식학회 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배터리의 핵심은 셀이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부품이다. 핵심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 위험하다”며 “해당 기업이 워낙 대기업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어서 신중히 접근하는 것은 맞지만 책임 공방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전환 시대에는 모든 분야에 크고작은 배터리를 써야 한다”며 “용도와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기업은 안전성 확보에 보다 투자하고, 정부도 원인 규명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 전방위 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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