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관계지만 여러 사안 다툼
미·중 주도권 놓고 전략적 경쟁
‘우리 이익’ 정의에 고민할 필요
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조 바이든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 가고 있지만 2016년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모두들 결과를 예측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 정도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미국 선거에 쏟는 관심도 상당하다. 그만큼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우리에게 얼마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인지 우리는 지난 4년간 직접 겪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은 우리로 하여금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새로 고치게 만들었고, 우리의 자동차 수출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인인지까지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70년 가까이 된 동맹관계를 일방적 서비스 제공으로 치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우리는 주한미군이 아슬아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대북 접근법으로 인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가 보다 빨리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되었다.
그러한 트럼프식 한반도 접근법이 4년 더 지속될지 아니면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지난 4년과는 다른 방식이 채택될지 곧 결정되게 된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와 미국의 관계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미 동맹관계가 보다 예측가능해지고 안정적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 정부가 한국에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은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동맹과의 연대를 중요시하는 바이든 정부는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동맹국들이 동참하기를 강력히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고민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익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주미대사가 국감에서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하여 논란이 됐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미국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맞는 것일 수도 있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논란 때문인지 우리 정부에서는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이자 포괄적 전략동맹”이라고 하면서 “한·미동맹은… 양국이 공히 공유하는 가치와 이익에 기초하기에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과 관계가 없는 마늘 파동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경제 보복을 한·미동맹이 우리의 이익을 해한 사례로 보는 듯이 언급한 것은 우리의 이익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이익을 어떻게 정의 내리게 되면 미국과의 동맹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우리와 미국은 동맹관계지만 여러 사안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기도 한다. 무역협정이 그렇고 방위비 협상도 그렇다. 그러나 그러한 다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하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깨는 것 역시 우리의 이익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70년간 자유주의 국제질서 아래에서 고도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뤘다. 우리의 이익에 철저히 부합하는 역사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새로운 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이익을 어떻게 정의 내릴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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