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추천위 30일 첫 회의 시작할 듯
변협 회장, 처장후보 3명 추천 예정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여야 대치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1월 중 공수처 출범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고 국민의힘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장외투쟁까지 고려하고 있어 극한 충돌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에서 공수처 출범을 촉구한 건 지난 7월 공수처법이 시행됐는데도 출범 절차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에 따라 현재 정부과천청사에 사무실이 마련되는 등 법적·행정적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야당의 비협조로 3개월간 처장 인선이 미뤄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중 야당 몫 2명으로 대검찰청 차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선정했고 민주당은 “발목잡기 행동대장을 추천했다”며 반발했다. 후보가 되려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무조건 반대할 인사”를 추천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들이 추천위에서 후보에 대한 반대를 거듭할 경우,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실상 자당만으로 출범 절차를 밟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공수처 출범 촉구 언급은 민주당의 태도를 더 강경하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뿐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법안(경찰청법·국정원법 등)과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여권이 추진 중인 법안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지금 100일이 넘는 위법사항이 진행되고 있다”며 “늦어도 11월까지는 인사청문회도 다 마치고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서는 모든 절차를 끝내야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시정연설 청취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이미 추천위원이 구성됐고 이번 주부터 회의가 진행되니까 절차를 밟아서 가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당연직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당 몫 2명(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박경준 변호사), 야당 몫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오는 30일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첫 회의를 연다. 추천위원들이 각각 처장 후보를 낸 뒤 논의·의결을 거쳐 최종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 추천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변협회장은 전·현직 법관 및 검찰을 망라한 3명의 인사를 처장 후보로 추천할 예정이다. 3명 모두 경력 20년 이상의 법조인이며 전원 남성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은 일단 추천위 절차에는 참여해도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주장하며 장외투쟁을 불사할 태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장을 선임할 수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하던 민주당이 우리 추천위원을 공격하는 해괴한 짓을 하고, 빠른 시일 내 동의하지 않으면 추천권까지 빼앗겠다는 오만 방자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장내 투쟁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민주당이 저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오면 우리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과 함께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돌입하면 정국은 경색되고 여당의 입법 독주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특검 수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나온 상황과 내용을 봤을 때 이건 특검이 아니라 금융사기사건”이라며 “곧 예산과 법안심사가 본격화되면 (국민의힘의 특검) 주장이 잦아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시정연설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 금융사기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현미·안병수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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