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에겐 감사를, 이식 대기자에겐 희망을”

“합창 무대는 제가 살아 숨 쉴 있게 한 기증자께 감사를 드리고 또 지금 이 순간도 이식을 기다리며 고통 속에 힘들어할 분들께 희망을 전할 기회이기에 힘들지만 함께하고자 합니다.”
‘생명의 소리’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 중인 김영희씨의 말이다. 그는 2004년 심장을 이식받은 수혜자다.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은 남들보다 면역력이 약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도 취약하다. 그래서 김씨는 마스크를 꼭 두 겹으로 쓰고 동네 마트에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5회째를 맞는 생명의 소리 합창단 정기공연에 김씨는 꼭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장기 기증자 유족과 수혜자가 함께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합창단이기 때문이다.
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생명의 소리 합창단(지휘 장연정)이 6일 오후 5시 서울 압구정동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제5회 정기공연을 갖는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무관중 공연으로 진행한다. 1주일 후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공연 주제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로 정했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한다는 취지에서다.
KBS 기상캐스터 오수진씨가 재능 기부로 사회를 맡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홍보대사인 오씨는 앞서 “2018년 심장을 이식받아 제2의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심장 이식을 계기로 그는 장기기증 활성화에 누구보다 힘쓰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이식 수혜자로 이루어진 합창단은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기증자 유족과 수혜자가 함께하는 합창단은 없다고 한다. 2015년 처음 만들어져 활동하다 2016년에 정식으로 창단,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문화홍보대사로 병원과 학회, 생명나눔 기관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합창단 관계자는 “우리 단원들은 생명 나눔의 인연으로 상처를 치유 받기도 하고, 당사자에게 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다른 가족들과 함께 나누며, 아픔을 서로 보듬어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재단법인 한국기증자 유가족지원본부(이사장 김황식)에서 상임이사로 활동 중인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하종원 교수(이식혈과외과)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수혜자 분들이 이번 공연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을 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합창단에 용기와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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