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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놀면 뭐 합니까… 삶의 보람, 봉사에 있어”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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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08 20:47:11 수정 : 2020-11-08 22: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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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 제2 인생’ 홍경석 나눔이웃봉사단장
13년간 1만5000시간 ‘사랑 실천’
“어르신 돕다보면 되레 활력 얻어
남을 위한 희생 결국 자신 위한 일
앞으로 3만시간 넘기는게 목표”
홍경석 나눔이웃봉사단 단장

‘1만5000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했다고 가정했을 때 8년여 일한 시간이다. 한 분야에서 쉬지 않고 8년여 일했다면 그 분야의 ‘베테랑’으로 불리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1993년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도 1만시간 정도를 훈련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시간의 법칙’을 말했다. 이 법칙을 적용하면, 홍경석(74) 나눔이웃봉사단 단장은 가히 ‘봉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은퇴 후 13년간 4200여회, 1만50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홍 단장을 8일 만났다.

그는 은퇴 후 “마음이 헛헛했다”고 회상했다. 30년을 다니던 직장(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나오자 ‘인생의 종착역’에 다가온 느낌이었다.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거나 새로운 곳에 취직해 볼 생각이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3년을 그냥 놀게 됐다. 2008년 어느 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서울 강동구 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은퇴자 자원봉사학교’를 찾았다.

그저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되찾고 싶어 찾은 곳이었지만, 봉사를 하면서 다시 살아있음을 느꼈다. “하면 할수록 ‘기쁨’이 생겨서, 남은 인생은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성내종합사회복지관에 소속돼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홍 단장은 10년 넘도록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과 오후에 봉사할 곳을 찾는다. 시간이 남을 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다.

봉사는 그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새로 알려줬다. 홍 단장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봉사는 돈 이상의 즐거움을 알려줬다. 대신 욕심과 씀씀이를 줄였다”며 웃었다. 그에게 봉사는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닌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그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에게 하모니카를 불어주며 함께 어울리고 웃다 보면 나도 즐거운 에너지를 받게 된다”며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관계를 만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직장 경력을 살려 노후주택 가스안전차단기 설치 등의 봉사를 주로 했지만, 보다 폭넓은 봉사를 위해 풍선아트와 페이스페인팅도 배웠다. 특히 얼굴 등에 그림을 그려주는 페이스페인팅은 배우는 데 애를 먹었다. 홍 단장은 “물감도 잘 안 만져봐서 물감을 혼합하는 것부터 어려웠다”며 “얼굴과 손목 등에 그림을 예쁘게 그려줘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라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그려준 그림에 웃는 사람들을 보면 힘들었던 기억은 금방 잊혀졌다. 그는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에게 페이스페인팅을 해 줬는데 아이들이 고맙다고 인사할 때면 한없이 기뻤다”고 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요양보호사와 목욕봉사 자격증도 땄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월 서울시에서 ‘서울시 복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매년 이웃사랑을 실천해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2020년은 그에게 봉사의 소중함을 더욱 느낄 수 있게 해준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봉사를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집수리를 하는 봉사만 하루에 3∼4시간 정도 제한적으로 할 수 있었다. 홍 단장은 “그동안 어르신, 어린이들을 만나 즐거움을 주는 것이 삶의 활력소였는데 봉사를 못 하니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남는 시간에 집수리 기술 교육을 받았어요. 앞으로 집수리 봉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 코로나19가 진정돼 봉사를 예전처럼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 그는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봉사를 추천했다. 홍 단장은 “건강하려면 무엇보다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봉사는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며 “그냥 집에서 쉬지 말고 봉사를 시작하면 건강도 챙기고 삶의 보람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봉사 2만시간, 3만시간도 넘기는 것이 목표다. “봉사는 삶의 기쁨입니다. 90세가 넘어서도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봉사하고 싶습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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