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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북한·소련·중국이 같이 저지른 남침”

입력 : 2020-11-21 01:00:00 수정 : 2020-11-20 20: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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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사료 토대 역사 사실에 집중
전쟁기원·유산 지구적 시각 분석
“한국전쟁 개입은 정의로운 행동”
中 시진핑 주석 인식 정면 논박
저자는 책에서 모스크바, 평양, 베이징, 서울, 워싱턴에서 내린 결정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어떻게 형성하고 이후 냉전으로 어떻게 변환시켰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전쟁 당시 탱크를 앞세운 북한 인민군 보병부대가 서울로 진입하고 있다. 우드로윌슨센터 제공

한국전쟁과 냉전의 시대/사무엘 F. 웰스/박행웅/한울아카데미/5만4000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한국전쟁 당시 남한을 지원한 미국을 공격하면서 국내외 한국전쟁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활발하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 저자는 사무엘 F 웰스(저자)는 ‘한국전쟁과 냉전의 시대’에서 이 같은 시 주석의 인식을 정면으로 논박하고 있다.

책은 한국전쟁은 스탈린의 개입 없는 김일성의 단독 남침이며, 한국 국내 상황과 미국의 한반도 분단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브루스 커밍스의 ‘수정주의’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수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전쟁의 기원과 동북아 및 그 이외 지역에서 이 전쟁이 현대 국제관계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유산을 지구적 시각으로 분석했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달 23일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에서 “한국전쟁 개입은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이는 완전히 중국만의 아집임을 저자는 거듭 일깨워주고 있다.

저자는 소련 붕괴 이후 속속 드러나고 있는 러시아의 사료와 기밀해제된 미국 사료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에 집중했다. 한국전쟁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분명하다. 스탈린이 모의하고 마오쩌둥이 지원했으며, 김일성이 저지른 명백한 남침이라는 데 모아진다.

사무엘 F. 웰스/박행웅/한울아카데미/5만4000원

한국전쟁 발발 직전 스탈린은 마오쩌둥에 대한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1945년 2월 얄타에서 스탈린은 2차대전 참전 대가의 하나로 획득한 만주 땅을 마오쩌둥의 집요한 요구로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스탈린에게 만주 땅은 부동항을 얻고 장차 미국과의 아시아 패권 대결에 중요한 지역이었으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스탈린은 자신에게 맞서는 마오쩌둥을 골탕먹일 계책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앞서 스탈린은 1949년부터 김일성이 집요하게 남침 승인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그러나 돌연 남침계획을 승인하면서 반드시 마오쩌둥의 군사 개입 동의를 받아오도록 김일성에게 지시했다. 아울러 스탈린은 유엔군의 한반도 파견을 결의한 유엔 안보리 회의에 말리크 소련대표를 기권하도록 해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대결해 힘을 소진하도록 획책했다. 이는 스탈린에게 두 가지 이득이 있었다. 미국의 힘을 빼서 동유럽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었고, 막 태어난 신중국의 힘을 빼는 것이다.

중국도 한국전쟁 참전은 나름 이득이 되는 게임이었다. 마오쩌둥은 중국공산당 동료들의 적극적 만류를 무릅쓰고 전쟁 개입을 결정했다. 마오쩌둥은 공산당 정권의 통치 정당성을 확립하면서, 아울러 만주 땅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했고 전 세계에 사회주의 맹주로 등장하는 기회로 판단했다. 이런 계산 아래에 마오쩌둥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같이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것을 보고 한국전 개입에 나선 것이 아니고, 이미 1950년 7월 병력 26만명을 압록강변에 배치한 것이다.

사무엘 F 웰스

아울러 미국에게도 소련 팽창에 맞서 군비 증강에 대한 모멘텀이 필요한 시기였다. 다시 말해 한국전쟁은 NSC 8/2(정책보고서)에 포함된 계획들을 채택하는 데 필요한 추동력을 제공했다. 만약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국방비의 대폭적인 증가는 행정부나 미국 의회 승인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트루먼도 한국전쟁이 없었더라면 소련 팽창에 맞설 국방비 지출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이승만의 남북통일 주장은 한국만의 망상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1950년 말 중국의 개입과는 별개로 당시 미국은 한국 현상 유지 결정을 내린 사실이 그것이다. 당시 소련의 서유럽 위협을 우려했던 영국은 미군의 한반도 철군을 주장한 사실도 있다. 이 책은 한국전쟁은 북한 소련 중국이 공동으로 침략한 역사적 사실임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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